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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대기업 견제 논란/ 이건희 회장 "연기금 공개적 주주권 행사 환영"… 자신감+견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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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금 대기업 견제 논란/ 이건희 회장 "연기금 공개적 주주권 행사 환영"… 자신감+견제구?

입력
2011.04.28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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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였다. 자신에게 맹공을 퍼부은 상대에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보인 반응은'무관심'과 '환영'이었다. 이 회장은 21,26일에 이어 28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으로 세 번째 출근하면서"국민연금 등 연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별로 신경을 안 쓴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연기금이 의결권을)공개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환영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앞서 곽승준 미래기획위원회 위원장은 26일 한 토론회에서"대기업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 등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해 상당한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그는"이 회장보다 삼성전자 보유 지분율이 높은 국민연금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경영 투명성 제고를 위한 노력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이 회장을 직접 거명하면서 공세를 가했다.

이에 대해 재계는 '연금 사회주의'라는 표현까지 써가면서 곽 위원장과 정부를 맹비난했고 이 회장의 반응은 초미의 관심사가 됐다. 하지만 이날 이 회장의 반응은 곽 위원장을 머쓱하게 만들 정도로 차분했다.

진의는 무엇일까. 먼저"별 관심이 없다"고 말한 것은 이 회장의 자신감 표현이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현재 연기금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5%로 이 회장의 3.38%보다 높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회장의 가족과 삼성 주요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지분은 15%가 넘는다. 연기금이 적극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해서 경영권을 흔들거나, 중요한 의사결정을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기는 어렵다. 삼성전자의 실적도 이 회장에게 자신감을 심어준 요인이었을 수 있다. 곽 위원장은 "스마트폰 시대 도래에 미처 대비하지 못해'아이폰 쇼크'에 당황했다"고 질타했지만 현실적으로 삼성전자는 재빨리 갤럭시S라는 대응책을 내놓는 등 타 기업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런 사정들을 두루 감안할 때 이 회장은 연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도 위협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공개적 의결권 행사는 환영한다"는 발언과 관련해서는'관치'논란에 대한 우려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부 통제를 받고 있는 국민연금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는 정부 입김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어 '관치 경영'의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공개적이라는 이 회장의 표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좀 더 투명하고 윤리적 경영이 가능하도록 하고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야 당연히 환영할 일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가만 두고 볼 수는 없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 재계 관계자도 "이 회장 발언은 재계 전반의 의견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정치적 뜻이 담겨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담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이 회장이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가 곤란을 겪었던 터라 직설적 표현 대신 완곡 어법을 썼을 뿐"이라며 "이 회장도 연기금 주주권 행사에 대한 반대 기조는 명확하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기업 임원도"연기금이 주주로서의 본분을 잊고 기업과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도록 압력을 행사하겠다는 발상에는 찬성할 수 없다는 뜻"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박진석기자 jseok@hk.co.kr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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