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이끄는 '디 엘더스'방북단이 어제 오후 2박3일의 평양 방문을 마친 뒤 방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6자회담 당사국들과 언제든지 전제조건 없이 모든 주제에 대해 협상할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질 준비가 돼 있다는 뜻도 밝혔다고 전했다.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방북에 쏠린 국내외의 관심에 비하면 그들이 가져온 메시지는 실망스럽다. 김정일 위원장 및 후계자 김정은과의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싶어한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일이고, 조건 없이 6자회담 재개에 응하겠다는 것도 새로울 게 없다. 다만 남북회담에서도 핵 문제를 논의할 뜻을 밝힌 것은 진전이다. 이제까지 북측은 핵 문제는 남측과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고집해왔다. 하지만 북측이 6자회담 남북 수석대표 회담에 동의한 점을 감안하면 이 역시 큰 변화는 아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태도도 달라진 게 없었다고 한다. 카터 전 대통령은 "북한 군부는 두 사태로 사람들이 생명을 잃고 민간인이 사망한 데 깊은 유감을 표명했으나, 사과하거나 자신들의 연관성을 인정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가 남북대화나 6자회담에 대한 북측의 진정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두 사태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과를 중시하고 있음에 비춰 돌파구가 열릴 성 싶지 않다. 카터 전 대통령도"남북관계에 빠른 시일 내에 돌파구가 마련될 조짐이 없다"고 진단했다.
이들의 방북 결과가 이 정도라면 북측이 떠들썩하게 불러들인 이유가 궁금하다. 하지만 남북 대결과 북핵 등 한반도 문제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실질적 협상력이 없는 전직 국가수반들의 한 차례 방북으로 큰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카터 전 대통령의 지적대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모든 당사자의 더 많은 융통성, 성실성, 진정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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