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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환보유 3,000억달러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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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외환보유 3,000억달러 시대

입력
2011.04.2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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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 보유액이 3,00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1997년 외환 보유액이 바닥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자금을 받은 지 14년 만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도 외환 보유액이 많았던 덕분이다. 적정 외환보유 규모에 대해서는 여러 견해가 있지만, 3,000억 달러면 웬만한 대외 충격에서 우리 경제를 보호할 정도는 되는 것으로 평가된다.

외화자산 운용방안 변화를

이처럼 외환 보유액이 늘면서 부도 위험은 크게 낮아졌지만, 위기에 대한 보험성격으로 보유하고 있는 준비자산의 가치가 떨어질 위험은 높아지고 있다. 우선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미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 인덱스는 2002년 120을 기록한 이후 계속 하락하여 현재 72 수준이다. 2002년 100을 주고 달러화 자산을 구입했다면 현재 원금 가치가 60 밖에 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상당히 부진한 투자 성적인 셈이다. 우리 외환보유액의 60~70%가 달러화 자산인 점을 감안하면 달러 가치 하락은 상당히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달러화가 아닌 다른 통화로 자산을 보유했다면 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환율은 끊임없이 변동하기 때문에 이를 예측해서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통화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흥국의 경우 자본통제 등으로 그 나라 화폐로 표시된 자산을 매입하기가 쉽지 않다. 특히 안정성과 유동성이 떨어져 우리가 원할 때 언제라도 팔 수 있다는 확신이 없다. 유로화나 엔화 자산은 유동성은 높지만 이자율이 낮거나 국가부채 문제가 언제 어떻게 비화될지 알 수 없다.

인플레이션 문제도 있다. 금 원유 밀 등 원자재와 곡물 가격은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 1배럴 가격은 지난해 4월27일 82.4달러였으나 1년 후 112.7달러로 37% 상승했다. 금도 같은 기간 30% 가량 올랐다.

물론 원자재가 물가를 전부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의 물가상승이 달러가치 하락과 결부되어 있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결국 이자율도 오르는 점을 감안한다면 외환보유액 손실은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그렇지만 세계적인 물가상승은 우리 외환보유액의 실질 가치를 하락시키는 요인이다.

결국 달러 가치 하락과 원자재 가격상승에 대응하려면 달러화에 편중된 준비자산 운용에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은행도 올 들어 기존 조직을 외자 운용원으로 개편하고 외부 전문가를 영입했다.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에 230억 달러를 위탁하였고 해외 주식펀드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유로화, 엔화 등으로 투자 대상도 점차 다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 위한 위험투자 피해야

그렇지만 한국은행의 외화자산 운용 정보는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우수한 인력들이니 잘하고 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국가의 막대한 자산을 관리하는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운용 결과를 몇 년 지나서는 공개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이자를 지불하며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여 보유한 외화 자산을 중앙은행이 투자 수익을 높이기 위해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보유자산 가치를 보전하기 위한 노력은 당연하지만,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이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는 아니다. 낮은 수익률은 위기에 대비한 보험료 성격으로 이해해야 한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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