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이 왔는가 싶더니 마음마저 춥다. 그래도 서울 구로구 주민들과 함께 마음을 나누었던 지난 토요일은 화창한 봄이었다. 목련이 흐드러지고 벚꽃이 눈처럼 흩날리는 주말의 교정은 새 느낌과 여유를 주었다. 놀토를 맞아 부모와 함께 대학교를 방문한 초등학생들의 호기심과 이들을 돌보는 대학생들의 성실한 책임감이 만났다. 그 동안 나는 주민들과 함께 '자녀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의 양육 방법에 대해 생각을 나누었다.
자녀와 함께 성장해야
드라마 속 대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청중은 "내 안에 너 있다"라고 화답했다. 물론 내 안에는 사랑하는 자녀도 있고 남편도 있다. 그런데 무엇보다 내 안에는 나를 키워준 부모의 말과 행동이 있다. 그리고 내 자녀 안에 평소 자녀에게 내뱉었던 내 말과 행동이 있다. 자녀는 부모와 서로의 영향을 주고 받으며 성장한다. 부모 자격증 없이 부모가 되었던 우리는 자녀를 통해 거듭나기도 한다.
초등학생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부모의 학대가 자녀의 대인 불안과 공격성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이 검증되었다. 자녀의 연령이 낮을수록 부모의 부정적 양육태도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 전국 아동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학대하는 성인의 85%가 부모이고, 학대를 받아 부모와 살지 못하고 사회의 보호가 필요한 아동은 매년 급증하고 있다.
학대는 학대를 낳고, 세대 간에 전이된다. 밥도 먹여주고 학비도 주는 힘 있는 부모가 강압적 방법으로 자녀와의 갈등을 해결하면, 힘 없는 자녀는 위축되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부모에 대한 분노를 마음 속에 밀어 넣는다. 자녀의 힘이 생기면서, 마음 깊이 차곡차곡 쌓인 분노는 공격적 행동으로 표출된다. 공격성은 형제자매 관계는 물론 또래 관계로 확대되고 연령과 함께 강화된다.
한편 학대를 받는 자녀는 부모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끔찍한 사실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오히려 자기가 무엇인가 '잘못'을 저질러서 부모가 화를 내는 것으로 인식하고 엉뚱한 죄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특히 부모의 거부적 양육 태도는 자녀의 불안과 우울을 낳는다.
공지영 작가의 소설에 기반한 영화 에 등장하는 30세 여교수 유정의 안에 거부적 엄마가 있다. 유정은 15살 때 사촌오빠한테 성폭행을 당했다. 울면서 너무 아파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겨우 엄마를 찾아 왔으나, 엄마는 유정의 고통에는 무관심하고 몸 처신을 어떻게 했냐며 따귀를 때렸다. 그날 이후 '추악한 인간'보다 엄마를 더 증오하게 되었고, 깊게 패인 상처로 자살을 세 번이나 시도했다.
자녀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 안의 부모가 행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부모 자신의 생각과 능력을 믿고 줏대 있는 부모가 되자. 당당한 부모는 엄친아와 자녀를 비교하지 않는다.
'부모 교육 7계명'
둘째, 자녀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하루 한 시간 이상 부모 자신의 성장을 위한 시간을 갖자. 부모의 행복이 곧 자녀의 행복이다.
셋째, 엄마와 아빠는 서로 더 많이 사랑하자. 부부가 싸우면 자녀는 아프다.
넷째, 자녀가 무엇을 원하고 좋아하고 잘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자. 자녀에게 매일 마음의 안부를 묻고 반응해야 한다.
다섯째, 자녀를 무조건 믿자. 화가 날 때는 일단 멈춰야 한다.
여섯째, 자녀의 의견을 찬찬히 듣고 존중하자. 의논은 책임감을 키운다.
일곱째, 자녀 스스로 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주고 기다리자. 학원만이 능사가 아니다.
이 '부모 교육 7계명'이 곧 우리 행복의 지킴이다. 이제 5월을 맞아 자녀와 함께 성장하면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연장하자.
이혜원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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