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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판 저작권 수출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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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출판 저작권 수출 현주소

입력
2011.04.28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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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씨의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 가 미국에 수출돼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은 출판계에서 사건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출판 저작권 수출이 부쩍 늘어났지만 여전히 소설 등 문학 작품의 수출 비중은 그리 크지 않고, 영미권으로의 수출은 매우 드문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가 지난 2년간 출판 저작권 수출 실적(대한출판문화협회 집계)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출판 저작권 수출은 어린이 책 위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것도 아시아 국가들에 집중돼 있다. 성인용 책의 수출이나 영미권으로의 수출은 아직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출판 저작권 수출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한해 100건 이하에 머물렀으나 2002년을 무렵을 기점으로 한류 붐과 국가 이미지 향상 등에 힘입어 늘어나기 시작해 2008년에는 처음으로 1,000권을 넘어섰고, 2009년에는 1,427건, 2010년에는 1,477건이 이루어졌다.

지난 2년간의 출판 저작권 수출 2,904건을 분야별로 살펴보면 어린이 책이 62%(1,793건)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문학과 만화(각각 12%) 언어(7%) 사회과학(4%) 기술과학(3%) 순이었다.

어린이책 수출 비중이 큰 것은 남다른 교육열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거치면서 콘텐츠가 해외에서도 받아들여질 만큼의 경쟁력을 확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는 어린이 책 가운데서도 학습만화 어학(특히 영어) 등 교육 관련 책이 많이 수출되고, 동화의 경우도 과학동화 시리즈처럼 교육 목적이 뚜렷한 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데서도 드러난다.

순수 창작동화가 수출되는 경우는 적지만 지난달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도서 전시회인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 <마음의 집> (김희경 지음ㆍ이보나 흐미엘레프스카 그림ㆍ창비 발행)이 라가치상 논픽션부문 대상을 받은 것도 한국 어린이 책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출판 저작권이 가장 많이 수출된 대상 국가는 2,904건 가운데 41%(1,204건)를 차지한 중국이다. 중국의 출판 시장이 최근 왕성하게 발전하고 있어 그 성장세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이달 초 자본론 해설서인 (강상구 지음ㆍ손문상 그림ㆍ 레디앙 발행)가 중국어로 번역돼 <생활속의 자본론> 이란 이름으로 나온 것처럼 중국은 어린이 책(834건) 외에도 사회과학 서적(112건)을 많이 수입해 가고 있다. 그 뒤를 잇는 국가가 태국(887건) 인도네시아(213건) 대만(208건) 말레이시아(95건) 베트남(87건) 순이다.

선진국으로의 수출은 프랑스 70건, 일본 63건이며, 미국 영국 독일로의 수출은 10건 미만으로 집계됐다. 출판 저작권 수출의 95%가 아시아권에 편중돼 있는 것이다.

영미권으로의 출판 저작권 수출이 미미한 것은 이들 국가 독자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이 미미하기 때문이다. 책 수출은 다른 상품과는 달리 상대국 독자들의 의향이 중요한데 아시아권 독자들은 한국과 정서 및 문화적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영미권 독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문학을 예로 들면 서구인들은 우리가 태국이나 아프리카 문학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한국 문학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다"며 "한국 문학이 서구에서 시장성이 있었으면 벌써 수입해 갔을 것이나 아직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한국 책의 시장성이 없다 보니 서구의 출판사들이 그다지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저작권 수출은 현재 맹아기를 지나 본격 궤도에 진입하는 단계로 보인다. 신경숙씨 사례를 비롯,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계기들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출판계는 자발적으로 한국 책을 수입해 가고 있는 아시아 국가들과는 달리 한국 책의 번역 필요성을 거의 느끼지 않는 서구로의 수출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부분(샘플) 번역 지원, 번역자 양성 등 정책적 배려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다.

남경욱기자 kw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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