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TV드라마로 인해 녹내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병원에서 부모가 바뀐 이후 삶이 뒤바뀐 여성들이 가족 사랑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로, 어렵지만 꿋꿋이 살아가는 어머니(고두심 분)에게 녹내장으로 인한 실명 선고가 내려지면서 극적 효과가 더해지고 있다.
녹내장에 대한 정보나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이 드라마로 인해 녹내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시력을 잃어가는 모습으로 그려져 녹내장 전문의로서 '녹내장에 걸리면 무조건 시력을 잃는다'라는 잘못된 오해를 줄까 걱정이다. 녹내장은 조기에 발견해 적절히 치료하면 시신경의 손상을 막아 평생 실명하지 않고 살 수 있다.
녹내장의 현실을 살펴보자. 2009년 발생한 70만명의 실명 환자 가운데 33%가 녹내장으로, 당뇨병성 망막증(31.5%), 황반변성(12.9%)보다 높았다. 또한, 국내 녹내장 유병률은 3.5%로 전 인구로 환산하면 175만명이 환자로 추정된다. 하지만 2009년 한 해 동안 치료를 받은 환자 수는 40만명 정도로 전체 환자의 20%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 80%의 환자는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사실 녹내장은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발병 원인도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높은 안압이 녹내장의 주 원인으로 꼽히지만 우리나라 녹내장 환자의 77%는 안압이 정상이라 이 때문만도 아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자신이 녹내장인 줄 모르고 지내다가 시신경이 80~90% 정도 손상된 뒤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이 나타나면서 알게 된다. 눈이 침침해지거나 시야에 문제가 생겨도 단순히 노안으로 인한 시력저하나 피로로 가볍게 여겨 방치하고 있다.
녹내장을 조기에 확실히 발견하려면 눈에 이상이 없더라도 40세부터 1년에 한 번씩 안과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녹내장은 40대부터 1년마다 0.1%씩 늘어나 80대가 되면 전체의 10%쯤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족력이 있으면 좀 더 일찍 정기검진을 받는 게 좋다. 녹내장 검진은 안압검사와 전방각경검사, 시신경검사, 시야검사 등이 있다.
치료는 높은 안압이 원인이라면 안압을 낮추는 것이 치료 목표이고, 약물요법과 레이저 치료, 수술 등을 쓰인다. 녹내장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질환이 아니다. 그 안에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므로 녹내장 전문의의 진찰과 검사를 통해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
녹내장을 예방하는 음식과 생활습관을 실천하는 것도 좋지만, 정기 검사야말로 눈 건강을 지키는 최선책이다. 눈에 이상이 없어도 40세부터 1년에 한 번씩 안과검진을 받자. 특히 고도근시이거나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으면 녹내장 고위험군이므로 정기적으로 안과 검사가 필요하다.
조정우 공안과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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