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에서 발생한 최악의 해킹 사고는 해커들의 보복 공격 성격이 짙다. 업계에서 그렇게 추정하는 이유는 사건의 발단에 소니의 가정용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3'와 한 해커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SCE의 PS3용 게임은 복제가 불가능한 블루레이 디스크로 제작, 판매된다. 따라서 각종 게임류를 불법복제해 사용하던 해커들에게도 PS3는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4월에 한 해커가 PS3의 게임을 불법복제하는 해킹에 성공했다. 소위 '탈옥'이었다.
문제의 해커는 아이폰 탈옥으로 유명한 지오핫이다. 그가 PS3를 해킹한 방법을 이용해 해킹도구가 제작돼 유포됐고 이를 이용하면 수 많은 PS3 게임을 하드디스크에 복사한 뒤 PS3에 장착해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SCE는 게임의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지난해 11월에 지오핫을 고소했고, 그 순간 소니는 해커들의 표적이 됐다. 특히 어노니머스(Anonymous)라는 해킹그룹은 인터넷을 통해 소니(SCE)를 공격하자고 선동했다. 어노니머스는 비자와 마스터카드를 해킹해 주요 구성원들이 지명수배 상태 중인 유명 해커그룹이다. 이들은 SCE가 PS3의 탈옥을 인정하고, 지오핫 고소를 취하할 것을 요구했다. 이를 들어주지 않으면 전세계 해커들을 규합해 PSN을 집중 공격하겠다고 선언했다. 소위 해커들의 선전포고인 셈이다.
SCE측은 정확한 내용을 밝히지 않았으나 지오핫과 합의를 하고 고소를 취하했다. 그런데도 어노니머스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달 중순 어노니머스는 해커들을 규합해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ㆍDDoS) 공격을 포함한 사상 최대의 공격을 퍼붓겠다는 성명을 인터넷으로 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인 21일에 미국에 위치한 PSN 메인 서버가 해킹을 당했다.
해커들의 공격은 집요했다. 27일 현재까지 장장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결국 견디다 못한 소니는 PSN의 메인 서버를 아예 꺼버리는 최후의 방법을 썼다. SCE측은 어노니머스의 관련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으나 이 같은 정황을 잘 아는 게임업계 및 PS3 이용자들은 모두 어노니머스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SCE 관계자는 "누구의 소행인 지, 어떤 형태의 공격인지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복구가 언제 이뤄질 지 모른다는 점이다. SCE측은 일주일 이내에 복구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공격이 지속되고 있어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SCE 관계자는"PSN이 해킹 공격으로 정지된 점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며 "최대한 빨리 복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언제 될 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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