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재보선 결과는 정치권 주요 인사들의 정치적 운명을 갈랐다. 후보는 물론이고 여야 지도부에게 몰려올 파장은 가히 쓰나미급이다.
우선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이봉수 후보가 경남 김해을에서 패배함에 따라 야권연대에 대한 책임론에 휩싸일 전망이다. 특히 '노무현의 적자'를 자처한 유 대표로서는 노 전 대통령의 고향에서 패배했다는 점이 더욱 뼈아프다.
또한 야권 대선주자를 놓고 경쟁을 벌이던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여론조사결과 불리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드라마틱한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유 대표는 차기 경쟁구도에서 한층 어려운 입지에 놓이게 됐다.
아울러 참여당이 원내 입성에 실패하면서 당 자체의 존립여부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가 됐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도 선거 참패로 험난한 고비를 피할 수 없게 됐다. 현재의 지도부 체제로는 '내년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재보선의 패배 책임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조기 전당대회 요구 등 거센 후폭풍이 예상된다. 벌써부터 안 대표의 불명예 퇴진을 거론하는 이들도 나오고 있다.
임태희 대통령실장의 교체론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공천 과정에서 경기 성남 분당을 후보로 나선 강재섭 전 대표를 지지했다는 이유로 수도권 중심의 친이재오계 의원들의 화살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에 따라 청와대 및 내각 개편 바람에 휘말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5선 경력의 강 전 대표는 이번 패배로 정치 생활의 연장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 위기에 처했다. 18대 총선 불출마 이후 정치 재기를 노렸지만, 당분간 재기가 힘들게 됐다.
재보궐 선거에 앞장섰던 이재오 특임장관도 간접적 영향권에 놓여 있다. 향후 친박계와의 힘겨루기도 어려워지는데다가 당권 또는 대권 도전 시나리오에도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도 책임론에서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나경원 최고위원은 강 전 대표를 적극 지지했지만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중구청장 재선거에서 자당 후보인 최창식 후보가 승리함에 따라 결국은 크게 손해보지 않았다는 계산이 가능해졌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직접적 선거 지원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지원을 위한 두 차례의 강원도행이 간접 선거지원으로 해석됐던 만큼 강원도 패배에 따라 '선거의 여왕'이라는 이미지는 다소 흐려질 수 있다.
강원지사 선거에 출마한 한나라당 엄기영 후보는 첫 정치 족적을 패배로 남겼다. 그러나 나름대로 강원도에서 조직을 다진 경험을 발판으로 내년 19대 총선 등에서 만회할 기회를 찾으려 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가 분당을에서 승리함으로써 손 대표의 측근인 김부겸 정장선 신학용 우제창 조정식 의원들의 당내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당이 '손학규'를 중심으로 확고하게 재편되는 것을 계기로 내달 치러지는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손 대표와 가까운 의원에게 무게 중심이 쏠릴 가능성이 크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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