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방개혁안이 또다시 뭇매를 맞고 있다. 국방부가 26일 국군조직법 등 국방개혁 관련 5개 법률 개정안을 발표하자 "졸속이다",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다" 등 군 안팎의 반응은 싸늘하다. 왜 이렇게 잡음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준장만 줄이고… 기형적 구조조정
'국방개혁 307계획'의 요체는 군 조직의 슬림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군 숫자를 줄여야 한다. 국방개혁안은 현재 444명인 장군 숫자를 15%(약60명) 줄이도록 명시하고 있다. 자연히 대장, 중장, 소장, 준장의 자리를 고루 감축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관련 법률 개정안에 따르면 최고 계급인 대장의 숫자에는 변화가 없다. 육군 1ㆍ3군사령부가 지상작전본부(가칭)로 통합되면서 대장인 사령관이 한 명 줄지만 합참차장에 대장을 보임키로 하면서 숫자가 같아졌다.
소장의 경우 방위사업청 조직개편을 통해 본부장급 3자리를 육ㆍ해ㆍ공군에 돌려줘 3명 증가했다. 다만 중장은 3명 줄어든다. 각군 사관학교장에 현역 장성을 추천하도록 한 규정을 삭제해 예비역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획대로 장군을 감축하기 위해서는 준장을 대폭 줄여야 한다. 이 경우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하는데 심각한 병목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올해 진급기수인 육사42기는 내년으로 진급 심사를 미룬 상태다. 또한 소수병과인 비전투특기의 경우 준장이 병과장을 맡는 경우가 많아 이들의 계급을 대령으로 낮출 경우 군 전체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육군의 입김은 더 세져
작전지휘계통에서 육군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상부 군령(작전지휘)권이 '합참의장→합참차장→육군참모총장→참모차장(지상작전본부장 겸임)'의 네 단계를 거치는데 모두 대장 직위다. 합참의장을 각군 순환 보직으로 하는 원안이 폐기되면서 육군이 독식하게 됐다. 특히 기존의 '합참의장→1ㆍ3군사령관'이던 것에 비해 그 사이에 지휘관이 2단계나 늘면서 복잡하고 비대해졌다. 군 관계자는 27일 "지휘관이 많으면 요구사항도 많고 자군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해ㆍ공군의 군령권은 불안한 구조다. 참모총장이 어디에서 작전을 지휘할지조차 불확실하다. 본부인 충남 계룡대는 전술지휘통신체제(C4I)가 미흡해 해ㆍ공군작전사령부가 있는 부산과 오산으로 총장이 옮겨가야 할 판이다. 계룡대에 C4I를 새로 구축하려면 몇 년이 걸린다. 군의 다른 관계자는 "국방개혁으로 해ㆍ공군 총장이 군령권을 가졌다고는 하나 합참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여론 수렴 약속 안 지켜
국방부는 3월 초 국방개혁안 발표 후 최고의 군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예비역 장성들이 강하게 반발하자 "충분한 여론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발표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하지만 다음 달 17일부터 사흘간 예비역초청설명회를 열기로 해놓고 황급히 정부안을 확정했다. 각군 본부에 구성된 국방개혁 태스크포스도 군내 의견 조율은커녕 국방부의 방침을 전달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국회 국방위원회 관계자는 "국방부가 6월 법 개정을 목표로 개정안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허점이 많아 보인다"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꼼꼼하게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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