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노준형(34)씨는 29일 2박3일 일정으로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떠난다. 가족과 친구들은 "방사능 때문에 난리가 난 일본에 가다니 제정신이냐"고 만류했지만 일본을 싼 값에 다녀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 마음을 굳혔다.
그가 구매한 저가항공사의 왕복항공료는 9만9,000원. 방사능 위험에 대해서는 "오사카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600㎞나 떨어져 있고, 일본에 사는 사람도 있는데 며칠 다녀오는 게 어떠냐"고 일축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일본에서 날아오는 극미량의 방사성물질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 기회를 틈타 일본 여행을 즐기려는 이들도 늘고 있다. 여행사들의 초특가 상품이 유혹하고 있기 때문.
항공권과 비즈니스호텔 숙박권이 포함되는 규슈나 간사이 지역 2박3일 여행 상품 가격은 10만원대 중반에서 20만원대 중반으로 평상시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10만원대 상품은 며칠 만에 동나기도 한다. 최근 한 여행사는 동해항에서 일본 돗토리현으로 떠나는 크루즈상품을 9,900원에 내놨다. 한강의 오리배(1만3,000원)보다 싼 가격이라 이미 5월 예약이 꽉 찼다.
일본 여행 정보를 공유하는 인터넷카페에도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이후 뜸했던 여행 동행자 모집 글과 여행 후기가 이달 들어 급격히 늘었다. 대지진 이후 탑승비율이 58%까지 떨어졌던 제주항공 오사카행의 이달 예약률은 65%까지 올랐다. 여행사 관계자는 "3월에는 일본 상품 예약이 한 건도 없는 날이 많았지만 4월에 특가상품이 나오면서 하루 평균 5, 6팀 정도가 예약한다"고 말했다.
여행객들은 혹시 모를 방사능 위험도 꼼꼼히 따진다. 이 때문에 후쿠시마 원전에서 600~1,000㎞이상 떨어진 오사카 규슈 오키나와 등이 특히 인기다.
얼마 전 친구 2명과 함께 4박5일간 오사카를 다녀온 서승원(31)씨는 "가족에게 오사카 지역이 안전하다는 걸 설득하기 위해 지역별 방사능 수치를 점검하고 일본 현지 신문을 번역해 읽었다"고 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일본의 황금 연휴인 골든위크(4.29~5.5)와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 우리나라의 각종 연휴로 5월 중순까지는 일본 여행이 살아나는 분위기"라며 "이 분위기가 지속될지 여부가 일본 여행 수요 회복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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