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 방문 이틀째인 27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나 회담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카터 전 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디 엘더스(The Elders)'대표단은 이날 김 상임위원장과 회담을 갖고 6자 회담과 남북문제 등 다양한 현안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 교환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터 전 대통령이 방북 당일 박의춘 외무상과의 면담을 시작으로 이날 김 상임위원장도 만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실무라인에서 의제를 조율한 후 김 위원장과 최종 면담을 가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카터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면담이 이뤄진다면 우선 6자 회담과 관련한 심도 있는 의견 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남북 수석대표 회담-북미대화-6자회담'의 3단계 대화 방안에 대한 관련국간 긴박한 움직임과 맞물려 김 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국제사회에 확실한 메시지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에게 모종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의 식량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이 최근 전방위적으로 식량난을 호소하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인 점을 감안할 때 김 위원장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국제사회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카터 전 대통령은 방북 전 베이징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방북을 통해 북한의 심각한 식량부족 상황을 평가하고 북한에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하기 위한 회담 재개 가능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 위원장이 현재 상황에서 카터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회동자체가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의미를 최소화하는 것도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한편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2박 3일간의 방북 일정을 마치고 28일 전용기를 이용해 서울에 도착한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방북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다. 이어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과 현인택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고위 당국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외교 소식통은"이명박 대통령은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결과와 외교ㆍ통일장관과의 면담내용 등을 살펴본 뒤 면담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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