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5월 6일 열리는 제12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영화 마니아들을 위한 축제다. 제목부터 낯선 영화들이 주로 상영되지만 대중들이 즐길 만한 영화들도 적지 않다. 전주영화제 맹수진 유운성 조지훈 프로그래머가 초행길 관객에서 난이도 높은 영화를 찾는 마니아까지 4단계로 나눠 영화 12편을 추천했다. 안전한 선택을 즐긴다면 세 프로그래머가 고른 1단계 영화를 보고, 다양한 난이도를 즐긴다면 취향 따라 단계별 영화를 각각 골라도 좋을 듯하다.
전주영화제를 처음 찾는다면
맹 프로그래머는 이명세 감독의 초기작 '남자는 괴로워'를 권한다. 소시민 직장인의 고달픈 일상을 뮤지컬 형식으로 그려낸 이 영화에 대해 그는 "웃음과 눈물을 동시에 경험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반드시 봐야 할, 이 감독의 숨은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유 프로그래머는 영국 전위 예술가 뱅크시가 감독한 자전적 다큐멘터리 '선물가게를 지나는 출구'를 추천했다. "올해 전주영화제가 준비한 다큐멘터리의 향연을 만끽하기 위한 일종의 입문작"이라는 게 이유.
스페인영화 '슬픈 트럼펫 발라드'(감독 알렉스 드 라 이글레시아)는 "한 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영화다. 1937년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광대 부자의 슬픈 운명을 그린 작품으로 조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이다.
영화제가 낯설지 않다면
필리핀 독립영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키들락 타히밋 감독의 '향기 어린 악몽'을 찾아도 좋을 듯하다. 필리핀 대중교통 수단인 지프니를 운전하다 파리에 가게 된 주인공의 현대 문명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조 프로그래머는 "1970년대 제3세계 영화의 걸작"이라고 평가했다.
포르투갈영화 '포르투갈의 선인들'(감독 루이 시몽이스)은 1974년 포르투갈혁명 이후 1년 6개월을 역동적으로 구성한 다큐멘터리로 유 프로그래머의 추천작이다. "흥미진진한 역사수업"이라는 게 추천의 변.
맹 프로그래머는 원자력의 실체를 객관적 시선으로 들여다본 독일영화 '언더컨트롤'(감독 폴커 자텔)을 추천했다. "선동하지 않으면서 원자력의 안전신화를 철저하게 파괴하는 영화"라는 평을 내놓았다.
영화를 좀 안다 자부한다면
영국영화 'K364 열차여행'(감독 더글라스 고든)은 나치시절 유대인 압송 경로를 두 명의 연주가와 함께 되짚는 이색 음악 다큐멘터리다. "한 편의 시와 같은 영화"(조 프로그래머)라는 평이 따른다.
독일영화 '서구의 몰락에 대한 연구'(감독 클라우스 비보르니)는 "음악으로서의 영화, 영화로서의 음악이라는 불가능해 보이는 기획을 실현한" 영화다. 유 프로그래머가 추천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미도리코'는 10년간 작업한 3만장의 그림으로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인류의 어두운 미래상을 그려낸 이 영화를 맹 프로그래머는 "장인의 수공업 정신이 빛난다"고 평했다.
남들이 안 볼 영화를 보고 싶다면
유운성, 조지훈 프로그래머가 함께 꼽은 '토리노의 말'이 가장 눈에 띈다.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의 최신작이자 은퇴작으로 한 마리 말에 의지해 단조롭게 살아가는 부녀의 삶을 묵직한 터치로 그려낸다. 유 프로그래머는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걸작", 조 프로그래머는 "단 한 장면도 놓치지 말아야 할 압도적인 영화"라고 호평했다.
포르투갈영화 '자우메'(감독 안토니우 레이스)는 35년 동안 정신병원에 머물다 고단한 삶을 마친 예술가 자이메 페르난데스의 생을 되짚는 다큐멘터리다. 맹 프로그래머는 "광기와 예술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강렬한 이미지와 사운드에 담은 역작"이라고 평가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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