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첨단 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6> 채인호 심장혈관센터 교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첨단 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6> 채인호 심장혈관센터 교수

입력
2011.04.27 17:34
0 0

회사원 유모(43)씨는 사무실에서 일하던 중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통증이 몰려와 분당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잠시 후 채인호 심장혈관센터 교수의 휴대폰으로 응급상황을 알리는 문자가 전송됐다. 심전도 검사결과, 심장근육에 혈액을 보내는 관상동맥이 혈전으로 완전히 막힌 급성 심근경색증으로 판정 났기 때문이다. 환자 상태를 확인한 채 교수는 곧바로 막힌 심장혈관을 풍선도자와 스텐트로 뚫는 응급 시술을 실시했고, 시술 받은 유씨는 거짓말처럼 통증이 사라졌다. 병원에 도착한 지 30분 만이었다.

급성 심근경색증 90분 이내 100% 회복시켜

급성 심근경색증은 심장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3개의 관상동맥 중 하나 이상이 완전히 막혀 혈액 공급이 차단되는 바람에 심장근육이 죽는 병이다. 모든 관상동맥이 동시에 막히거나 관상동맥의 시작 부위가 막히면 심장마비로 급사한다. 급성 심근경색증이 발생하면 증상 후 12시간 이내, 병원 도착 후 90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야만 최악의 상황을 면할 수 있다. 시간을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심장근육이 죽으면서 심인성 쇼크가 오거나 심각한 부정맥으로 목숨을 잃을 수 있다.

따라서 급성 심근경색증 치료의 성패는 얼마나 신속히 응급시술을 하느냐가 관건인데,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급성심근경색환자가 병원에 도착한 뒤 혈관개통술을 받을 때까지 평균 70분(지난해 12월 기준) 걸린다. 아무리 길어도 90분을 넘지 않는다. 이처럼 신속히 대응할 수 있게 된 것은, 채 교수가 2009년 만든 '급성 심근경색증 표준진료지침(Critical PathwayㆍCP)' 덕분이다. 심혈관계 응급환자가 병원에 도착하면, 전공의 등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채 교수를 비롯한 심장혈관센터 전문 의료진에게 연락함으로써 응급 여부를 판단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을 대폭 줄인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 한 해 동안 1,000여건의 심혈관 중재시술을 했다. 심장혈관센터에 할당된 고작 25개 병상으로 이뤄낸 놀라운 성과다. 국내 단일 병상으로는 시술 건수가 가장 많다. 심근경색 발생 후 1년 이내 사망률도 5% 이내로 낮추었다. 세계 평균이 15~20%인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관상동맥 중재시술의 수준은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인 셈이다.

채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증 치료에는 혈전용해제 치료보다는 중재시술을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가급적 환자에게 중재시술을 한다"며 "우리 병원이 이처럼 좋은 치료성적을 낸 비결은 한밤중에도 15분 이내 병원에 도착하는 관상동맥시술 응급시술팀의 팀워크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채 교수는 제3세대 약물방출 스텐트를 임상연구 중이다. 약물 방출 스텐트의 구성 성분 중 합병증을 일으키는 폴리머 성분이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분해되도록 고안된 스텐트다. 이 연구가 성공하면 스텐트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채 교수에게 관상동맥 중재술에 대해 알아봤다.

-관상동맥 중재술, 어떤 시술인가.

"가슴에 통증을 일으키는 질환 가운데, 40대 이후 중년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질환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이다. 심장근육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의 50% 이상이 막히면 협심증이고, 100%가 막혀 심장근육이 죽으면 급성 심근경색증이다. 관상동맥 중재술은 풍선도자를 이용해 좁아진 동맥을 넓히거나 동맥 내에 금속 스텐트를 넣어 완전히 넓혀주는 시술이다."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은 뒤 재발도 흔하다는데.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은 뒤 생기는 합병증 가운데 치명적인 것은, 금속 스텐트에 혈전이 생겨 혈관이 막히는 '스텐트 혈전증'이다. 이를 막기 위해 스텐트 시술 후에도 꾸준히 항혈소판 제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약을 복용하더라도 1년에 1~3%의 환자에서 스텐트 혈전증이 생긴다. 재발을 막으려면 고혈압과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과 같은 위험인자를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항혈소판 제제 복용 원칙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

-혈액검사로 재발 여부를 알 수 있다는데.

"현재 우리 심장혈관센터에서는 스텐트 시술 후 혈소판 기능검사를 통해 재발 위험도를 예측하는 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혈소판 기능검사 수치 단위가 높을수록 스텐트 시술 후 6개월 이내에 사망하거나 심근경색, 뇌졸중 등으로 재시술을 해야 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검사결과에 따라서는 통상적으로 쓰는 약물보다 더 강력한 약물로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환자 맞춤형 치료에 대한 연구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스텐트 재질이 재발과 관련 있나.

"스텐트 시술 초기에는 금속 재질을 사용했다. 이 경우 스텐?그물망 사이로 혈관 조직이 비집고 자라나 혈관이 다시 협착되는 문제가 생겼다. 그러던 중 2000년대에 들어서 약물을 코팅한 스텐트가 재협착을 방지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약물 방출 스텐트가 대세를 이루었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약물을 코팅하기 위해 사용하는 폴리머 성분이 스텐트 혈전증을 일으켜 시술 후 1년 이상 항혈소판 제제를 복용하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를 해결하려고 최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폴리머 성분이 자연히 분해되도록 고안된 제3세대 약물방출 스텐트의 유용성을 연구하고 있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증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과거에는 심근경색 환자의 대부분이 50대가 넘었지만 최근 30~40대 환자가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발병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심혈관계 질환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동맥경화성 질환을 잘 관리해야 한다. 동맥경화성 질환과 흡연은 심장혈관에 치명적이다. 심혈관 질환을 예방하려면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짜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며, 혈중 콜레스테롤과 혈압을 정상으로 유지하도록 생활습관을 개선해야 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