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이 아니라 이권과 집권의 수호자가 되려는 현 국가인권위원회의 퇴행을 걱정하며 본지는 제작되었습니다. 본지가 더 이상 발간될 필요가 없도록 하루빨리 국가인권위가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길 희망합니다."
<거꾸로 인권> 이라는 제호를 단 잡지의 창간호가 지난 26일 발행됐다. 제호는 인권위가 발행하는 격월간 <인권> 을 패러디한 것이다. '표지 이야기' '사람과 세상' 등 형식은 똑같지만 내용은 '거꾸로 인권위' 투성이다. 예술인,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등 80여명이 발행인으로 참여했고, <인권> 지의 사진디렉터인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한금선(44)씨 등 8명의 사진작가와 1명의 디자이너가 잡지 발행 실무를 주도했다. 인권> 인권> 거꾸로>
한씨는 "짧게는 지난해 4월 이후, 길게는 취임 직후부터 현병철 위원장 체제의 인권위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거꾸로 인권> 은 제 갈 길을 가지 못하고 있는 인권위를 비판하기 위해 만든 패러디 잡지"라고 말했다. 지난해 인권위가 주는 상을 거부한 고교생 2명의 글을 실었고, '이 달의 독자'로 현병철 위원장을 선정해 맹비판하고 있다. 거꾸로>
참여 사진작가들은 모두 인권위가 발행하는 각종 정기간행물이나 프로젝트에 참가했거나 현재도 참가 중인 이들이다. 한씨는 "우리가 고민 끝에 택한 저항의 방식"이라고 말했다. 이들보다 앞서 많은 인권위 직원들이 인권위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해 유남형, 문경란 상임위원이 사임하는 등 최근까지 주요 직책에 있던 인사들이 인권위를 스스로 떠났고, 불합리한 직원 징계와 해고에 맞서 올해 초에는 10여명의 직원들이 1인 시위를 하다 현재 내부 감사를 받고 있다.
500부를 발행한 잡지의 제작비용은 모두 참여 작가들이 부담했다. 한씨는 "인권위가 제자리로 들어서는 순간, <거꾸로 인권> 은 폐간될 것이다. 잡지 2호가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거꾸로>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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