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이 밴드 위대한 탄생과 무대에 올라 '태앙의 눈'을 부른다. 이어지는 곡의 연주가 시작되자 무대가 6m 높이로 솟구치더니 앞으로 이동하면서 관중들 머리 위를 지나간다. 투명한 무대 바닥을 통해 조용필의 신발 밑창이 보인다. 무대는 약 30m 길이의 공연장 끝까지 뻗어간다. 무대 바로 앞에 있던 관객이 맨 뒤에 선 모양새. 가객의 열창은 흔들림 없이 이어진다.
27일 오후 경기 여주시 마임 비전빌리지에서 다음달 막을 올리는 '2011 조용필 & 위대한 탄생 전국투어 콘서트- 바람의 노래'의 무빙 스테이지 시연회가 열렸다. 조용필은 "보통 공연장이 크니까 뒤에 계신 분들은 제가 점처럼 보인다"며 "대형 스크린이 있지만 관객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아예 무대 전체를 움직이도록 고안했다"고 말했다. 무빙 스테이지는 지난해 조용필이 일본에서 장비를 빌려와 처음 선보였는데, 올해에는 국내 기술로 제작했다.
조용필은 어느 가수보다 무대와 공연에 대한 애착이 크다. 1990년대 초 '추억 속의 재회'와 '꿈'을 마지막으로 공연에 집중하기 위해 방송 출연도 그만뒀다. 그는 "가수가 처음에는 방송을 통해 자신을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계속 하다 보면 지치고 음악에 전념할 수 없게 된다"며 "가수는 팬을 위해 무대에 서는 게 기본이고, 그래야 큰 가수가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방송 그만두고 처음 3년은 공연 관객수가 점점 줄어 힘들었어요. '내가 히트곡이 몇 개인데'라는 섭섭한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무대에 공을 들이기로 했죠."
최근 가요계에 부는 '나는 가수다' 바람에 대한 견해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그는 "가수는 창법, 음색, 매력이 다 달라 평가하기 굉장히 어렵기에 가수가 경쟁을 한다는 것은 좀 애매모호한 일"이라며 "나보고 '나는 가수다' 나가라면 못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다음달 7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을 시작으로 의정부, 청주, 창원, 경주, 성남, 일산, 부산, 대구 등지를 돌며 공연한다. 그는 "음악은 패션처럼 돌고 도는데, 최근에 제 히트곡들이 방송에서 다시 부각되듯이 이제 그런 음악이 다시 돌지 않을까 한다"며 "이 무빙 스테이지를 통해 더 많은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