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의 일상
가톨릭 신학교는 사제(신부)가 되려는 학생들이 학부 4년, 대학원 3년의 7년 동안 함께 먹고 자고 공부하며 봉쇄 생활을 한다. 사제 지망생들을 위해 신학교를 소개하는 성소주일과, 5월 축제 기간에만 개방한다.
수원가톨릭대 신학생들의 하루는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시간표가 꽉 짜여져 있다. 당번 학생이 복도에서 종을 흔들며 ‘베네디카무스 도미노(주님을 찬미합시다)’라는 외침으로 잠을 깨운다. 학생들은 ‘데오 그라시아스(주님 감사합니다)’라고 답하며 일어나 기도와 묵상으로 하루를 연다. 오전 7시 아침기도, 오후 5시 30분 저녁기도, 7시 30분 끝기도는 공동으로 한다. 기도와 식사 사이 오전과 오후 수업이 있다. 끝기도 후 다음 날 아침 묵상을 마칠 때까지는 대침묵이다.
가장 중요한 시기는 학부 1학년 때와 대학원 1학년 때. 신입생은 전화, 컴퓨터, 인터넷, 외출 모두 금지다. 매점도 출입 금지다. 2학년부터는 정해진 시간에 허용된다. 외출은 일요일에 할 수 있다. 엄격한 규칙과 절제는 사제로서 살아갈 힘을 기르기 위함이다.
2학년을 마치면 군대에 간다. 복무를 마치고 3학년으로 복학하면 사제의 복장인 수단을 입는 착의식을 한다.
대학원 1학년은 영성 심화의 해다. 매순간 자신과 하느님의 1 대 1 대화 속으로 깊이 들어가는 집중 훈련기다. 이때부터 독방에서 지낸다. 평생 독신을 지켜야 하는 사제의 길을 익히는 것이다. 학생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각자 떨어져 앉는다. 방학 중 한 달간의 피정은 매일 3~5시간씩 침묵을 지켜야 한다. 대학원 3학년이 되면 부제품을 받는다. 이때부터 사제다.
신학교는 입학이 어렵다. 입학 연한은 30세까지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치고, 소속 성당과 교구에서 세 번, 신학교에서 다시 세 번 면접을 해서 사제가 될 만한지 평가한다. 수원가톨릭대의 입학 정원은 100명이지만 올해 신입생은 45명밖에 안 된다. 졸업은 더 힘들다. 사제가 되는 사람은 절반도 안 된다. 재학 중 큰 잘못을 하면 1년 간 교구나 병원, 양로원 등 다른 곳으로 보내어 지켜본 뒤 다시 받아들일지 결정한다.
사제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군 복무 기간을 합쳐 평균 10년. 청춘의 가장 빛나는 때를 온전히 신에게 바치는 것이다. 사제복인 검은 수단은 세속적인 죽음을 뜻한다. 7학년 최종관 펠릭스 부제(38)는 일반 대학을 졸업한 뒤 신학교에 입학했다. 어머니의 반대가 심해 몇 년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는 말했다. “신부로 사는 것은 행복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기는 힘들다. 예수님을 닮으려고 노력하면 좋은 사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청춘이다. 축구 등 운동도 하고 음악, 미술 등 동아리 활동도 한다. 성목요일 저녁 식사 후 신학생들의 대화에는 서태지와 이지아 이야기가 나왔다. 학생들이 낸 부활절 주보에는 여고생 가수 아이유에 대해, 왜 그에게 매혹되는지 미학적으로 고찰한 짧은 글이 실렸다. 그들에게도 아이유는, 청춘은 아름답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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