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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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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국가가 하지 말아야 할 일

입력
2011.04.2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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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국민이나 주민 생활에 국가의 개입이 갈수록 늘어간다. 국가는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국가를 움직이는 관료조직은 비대해지고, 관료주의 때문에 국민은 의존적이고 수동적으로 되고 있다. 무슨 문제든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국가가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게 된다. 이를 위해 국가조직은 또다시 팽창하고, 국민의 세금 부담은 점점 늘어간다. 국가가 모든 일을 해결하려다 보니 어느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국가는 과부하로 인한 기능 마비에 시달린다.

교육문제에 지나치게 개입

국민 생활에는 국가의 개입이 필요 없는 분야도 많다. 국가가 개입하는 것보다 내버려두는 것이 더 좋은 경우도 적지 않다.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영역에서 국민은 자유로워진다. 개인이나 사회단체, 지방정부가 충분히 잘 할 수 있는 일에 국가가 개입하면 불필요한 개입이 된다. 잘못된 개입은 국민과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다.

무능한 정부일수록 해야 할 일은 게을리하고, 하지 말아야 할 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교육에 대한 국가의 과잉 개입을 들 수 있다. 대통령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철이면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공약이 교육개혁이다. 사교육비 절감대책, 이를 위한 입시정책 개선 등이 꼭 포함된다.

이명박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취임 직후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언하고 학원 영업시간 제한을 비롯하여 단속 기치를 높이 들었다. 사교육을 줄이기 위한 방과후 학교, 과외 없는 학교, 입학사정관 제도 등 교육의 근간을 뒤흔드는 정책을 쏟아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일선학교와 학원을 단속하였다. 대학에 압력을 가하여 정부가 고안한 입시제도를 도입하도록 하였다. 과연 사교육은 줄었고, 학교는 더 발전했는지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정권 교체 때마다 등장하는 갖가지 사교육 대책은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좋은 취지에서 비롯되었지만 뿌리는 포퓰리즘이다. 결과는 오히려 사교육을 확대하고 사교육비를 늘리는 역설을 되풀이 해왔다. 국가가 아무리 단속하고 대책을 세운다고 하여도 사교육의 뿌리를 뽑을 수는 없을 것이다. 사교육을 말살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도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

오늘날 선진국도 사교육이 늘어나는 추세다. 공교육체제가 완벽하다고 믿었던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도 사교육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서는 사교육과의 전쟁 대신에, 공교육과 사교육의 경쟁과 보완관계를 인정하고 있다. 국가가 할 일은 공교육 개선에 있는 것이지, 사교육 단속에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만큼 대입 제도를 자주 바꾸는 나라도 없을 것이다. 큰 골격만도 광복이후 무려 16번이나 바꾸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입제도를 바꾸어 왔다. 입시출제 경향의 변화까지 살펴보면 거의 매년 입시제도를 바꾸는 셈이다. 사교육비 경감이나 학생부담의 경감, 학교 교육 정상화 등을 내세우지만, 그 목적이 달성되었거나 좋아졌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입시제도가 바뀔 때마다 학교와 학부모, 학생들은 당혹스럽다. 자연히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입시제도는 중등학교, 심지어 유치원 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예측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자주 바꾸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대학 자율과 경쟁에 맡겨야

문제 해결을 위한 개선책이 더 많은 문제점을 양산해 왔다. 학생 선발은 대학의 고유 권한이다. 입시는 대학 자율에 맡기고 국가는 손을 떼야 한다. 공교육 개선도 국가가 잘 할 수 없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하였다. 이제 선진국처럼 국가가 교육문제에서 손을 떼는 대신, 대학과 지방정부와 학부모에 맡겨야 한다. 대학간 경쟁, 지방간의 경쟁을 통하여 다양한 교육정책을 검증하고 개선하도록 해야 한다. 유능한 정부가 되려면 우선 하지 말아야 할 일에서 손을 떼고, 반드시 해야 할 일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기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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