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높은 관심 속에 재보궐 선거에서 여당인 한나라당이 고배를 든 것으로 나타났다. YTN 출구조사와 초반 개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재보선에서 가장 큰 관심사였던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손학규 후보가 한나라당 강재섭 후보를 누를 것이 확실하다.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선에서도 초반 개표 결과 야당 단일 후보인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를 앞섰다. 개표 추세가 이대로 간다면 이른바 ‘빅3’가운데 한나라당의 승리를 점칠 수 있는 것은 엄기영 강원 지사 후보뿐이다.
내년 총선과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 여야 모두 당력을 집중한 ‘빅3’ 선거 결과가 초반개표 결과대로 끝나면 여당은 전통적 텃밭인 분당을까지 빼앗겨 지난해 6ㆍ2 지방선거에 이은 뼈아픈 패배를 기록한다. 이에 따라 국정 쇄신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이며 이명박 대통령의 권력 누수도 한결 빨라질 전망이다.
한편으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정치적 위상이 탄탄해져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게 되고,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도 현실정치 교두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셈이 된다.
이번 선거 결과는 비교적 높은 투표율이 직접적 계기로 여겨진다. 선관위 집계에 따른 잠정 투표율은 분당을 49.1%, 강원 46.1%다. 김해을의 41.6%도 역대 재보선 평균 투표율 가운데 가장 높았던 2001년 10ㆍ25 재보선의 41.9%에 근접했다.
중앙선관위가 한 달 전부터 ‘투표참여 방문홍보단’을 구성해 읍ㆍ면ㆍ동 단위로 활발한 투표 권유 운동을 벌인 것과 함께 투표율 제고를 1차적 관건으로 여긴 야당의 전략도 주효한 셈이다. 이런 노력과 선거 열기의 결과 투표율이 올라가긴 했으나 아직 다른 민주주의 선진국의 높은 투표율에 비하면 낮다. 정치 무관심을 자극하는 구태의연한 정치행태의 변화가 요구되는 것은 물론이고, 유권자들의 참여의식을 끌어올릴 일상적 시민의식의 확산이 필요하다. 1987년의 민주화 이후 형식 제도로서의 민주주의는 뿌리를 내렸지만, 행동양식이나 의식 측면의 민주화에는 아직 눈에 띄는 발전이 이뤄지지 못했음을 확인하게 된다.
무엇보다 눈에 거슬린 것이 중앙당의 적극적 지원 아래 선거가 열기를 띠어가면서 나타난 과열ㆍ혼탁 선거 양상이다. 강원지사 선거는 불법선거 운동 사무소를 만들어 전화 홍보원을 동원한 ‘강릉 콜센터’ 사건과 거짓 여론조사 정보를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대량 발송한 ‘허위 문자메시지’사건으로 얼룩졌다. 또 김해을 선거는 청와대의 선거 개입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시끄러웠다.
다행히 ‘돈봉투’ 사건처럼 국민적 공분을 살 만한 심대한 불법 선거운동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의 혼탁상만으로도 불법ㆍ부정선거 논란이 선거 뒤에도 이어질 만하다. 후보자와 정당, 지지자 모두의 각성이 요구되고, 일반 유권자들도 경계의 눈길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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