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사진) 금융감독원장이 27일 1,600여명 전 임직원에게 최근의 잇따른 기강 해이 사례와 관련,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권 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 강당에 100여명 팀장 전원을 포함해 600여명 임직원을 소집시킨 뒤 ‘특별 정신교육’을 실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강당의 적정 수용인원이 500명이고, 외부 감사업무로 자리를 비운 직원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전 직원을 소집한 것인데 이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최근 금감원의 기강 해이 사태가 잇따르자 권 원장이 특단의 방법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요즘 금감원은 총체적 기강 해이로 지리멸렬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금품 수수 등 혐의로 전ㆍ현직 직원 5명이 검찰에 무더기 구속된 데 이어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 직원들이 친인척 등에게 미리 예금을 지급하는데도 감독을 하지 못해 지탄을 받고 있다. 또 ‘11ㆍ11 옵션쇼크’ 사건을 조사했던 한 국장이 이 사건을 일으킨 도이치증권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으로의 이직을 시도한 사실이 알려져 망신을 당했고, 사실상 투기판으로 변질된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에 선제적으로 엄정한 대처를 하지 못해 검찰에게 선수를 빼앗겼다는 비판까지 듣고 있다.
이같은 여론을 의식한 듯 권 원장은 “현 상황은 금감원 설립 이후 최대 위기로, 이를 타개하려면 임직원들이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해 신뢰회복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직ㆍ인사ㆍ윤리의식ㆍ업무관행 등 모든 부문에서 개혁이 필요하다”며 “새로 태어난다는 각오로 획기적 쇄신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에게 제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권 원장은 “직위를 이용해 사적 이익을 추구하거나 업계와 유착할 경우 보직해임 등 강력히 인사 조치하고 권역별 이기주의 등 구태의연한 모습을 보일 경우에도 인사상 불이익을 부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권 원장이 ‘권역별 이기주의’를 거론한 것을 국ㆍ실장급 인사 방향과 연관 짓고 있다. 1999년 통합 금감원이 설립된 뒤에도 은행ㆍ자본시장ㆍ보험ㆍ비은행 등으로 구분돼 권역별 인사가 이뤄졌는데, 권 원장은 이 때문에 업계와의 유착이 강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 이에 따라 곧 단행될 간부 인사에서는 권역구분 없는 승진 및 이동 명령이 쏟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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