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항상 인권의 보호와 증진을 위해 헌신해왔다. 그러나 인권의 보편적 가치 문제를 제기할 때에는 상이한 국가적 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막대한 인구를 보유한 개발도상국으로, 여전히 경제ㆍ사회적으로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해야 할 일이 많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은 1월 미 백악관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혔다. 중국의 인권 문제에 대해“해야 할 일이 많다”고 토로한 그의 답변은 여전히 유효할까.
미국과 중국의‘인권대화’(Human Rights Talks)가 27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되며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90년 처음 열린 미중 인권대화는 2002,2004년 두 번 중단됐다 2010년 재개돼, 올해가 네 번째다. 이틀간 열리는 올해 인권대화의 경우 중국에선 천쉬(陳旭) 외교부 국제국장이, 미국에선 마이클 포스너 국무부 민주인권노동담당 차관보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사실 양측의 공방은 이날 첫 회의가 열리기 전부터 팽팽했다. 중국 외교부의 훙레이(洪磊) 대변인은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인권 문제에 대한 이견이 있다면 서로를 존중하는 바탕에서 대화로 이해를 높여가야 할 것”이라며 “인권문제를 빌미로 중국 내정에 간섭하려는 어떤 시도에도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미 국무부는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반체제 인사 탄압과 종교ㆍ집회ㆍ표현 등의 자유 제한, 이들에 대한 구금 등이 주 의제가 될 것”이라고 못박아, 거센 공세를 예고했다.
특히 첫날 회의에선 북아프리카와 중동 민주화 시위 이후 중국에서 ‘재스민 집회’가 계속 시도됐는데도 중국 공안 당국이 이를 억눌러 온 데 대한 양측의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인권단체들은 적어도 50여명의 인권 운동가와 변호사가 구금되고 18명은 행적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며 미국이 이에 대한 중국의 설명을 요구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한 바 있다.
이날 대화에선 또 최근 중국 당국이 옥외 예배를 시도했다는 이유로 베이징 서우왕(守望)기독교 교회 신자 수십명을 체포하고 수백명을 가택 연금한 데 대해서도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지난달 쓰촨(四川)성 아바현 소재 티베트 사찰인 키르티 사원의 승려 분신 사건 이후 시위에 대해서 중국 당국이 강경 진압을 한 부분도 양측의 공방이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미국은 노벨 평화상 수상자 류샤오보(劉曉波)와 반체제 설치 미술가 아이웨이웨이(艾未未) 구금 사례 등을 지적하며 인권 보장 공세를 취하고, 중국은 ‘내정간섭’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를 피해 갔을 것”이라며 “양국 모두 대화가 감정 대립이나 갈등 상황으로 확산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은 한계”라고 밝혔다. 중국의 한 인권운동가는 “중국 최고지도부가 인권 문제와 관련, 중국만의 특수성이라는 편협한 변명에서 벗어나 보편적 가치를 실천하기 위한 사회적 틀을 마련하는 데 나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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