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피해를 입어 20년 동안 이전을 요구했는데 오히려 비행안전구역을 넓히겠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경기 여주 군민들이 국방부의 능서면 백석리섬 공군사격장 비행안전구역 확대 계획에 강하게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나선다. 여주 공군사격장 이전촉구 및 확장저지 투쟁위원회를 필두로 주민, 시민단체, 종교단체 회원 등은 28일 오후 2시 백석리섬 맞은편인 대신면 당산1리 남한강 둔치에서 사격장 확장을 저지하기 위한 범군민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다.
상점주인 500여 명도 문을 닫고 합류키로 하는 등 여주군민 11만여 명 중 5분의 1에 달하는 2만명이 참가할 예정이다. 여주 중심지 곳곳에는 ‘28일은 국방부 제사 지내는 날’, ‘여주군민 죽이고 사격장 확장하라’ 등 격렬한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나부끼는 등 전운이 감돌고 있다.
경기동부의 조용한 소도시 여주에 광풍이 몰아친 것은 지난달 9일 날아온 국방부의 '사격장 안전구역 내 토지보상 수탁 제안' 공문 때문이다. 국방부는 여주군에 보낸 협조공문에는 ‘백석리섬 일대 115만㎡에 설정된 비행안전구역을 주변 6개리 848만㎡로 확대하겠다’며 사유지를 매입해 달라는 내용을 담았다. 국방부 계획대로 사유지 318만㎡가 2015년까지 비행안전구역에 포함되면 95가구 약 245명의 주민은 이주해야 한다.
이에 여주에는 비상이 걸렸고, 주민 500여명은 이달 6일 투쟁위원회 발대식을 갖고 공군사격장 확대를 막기 위한 단체행동에 돌입했다. 1990년부터 20년 간 공군사격장 이전을 요구했음에도 오히려 국방부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게 주민들이 설명이다. 주민들은 1981년 1989년 1991년에 유탄이 민가로 떨어져 세 명이 숨졌고, 5개면 26개리 4,200여 가구 1만1,000여명이 계속된 소음으로 난청과 신경불안 등에 시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확대되는 비행안전구역이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구간이어서 또 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박병길 투쟁위원회 공동대표는 “군 장비들은 갈수록 첨단화되는데 비행안전구역을 넓히겠다는 계획 뒤에는 또 다른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며 “남한강 살리기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하고서는 그 일대를 비행안전구역으로 지정하는 것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백석리섬 일대는 1957년부터 공군사격장으로 사용됐는데 수원시에 있는 공군 제10전투비행단이 관리하고 있다. 훈련은 주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실시된다.
공군사격장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여주 주민 6명이 2007년 국가를 상대로 피해보상 청구소송을 내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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