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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현대의 유쾌한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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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와 현대의 유쾌한 만남

입력
2011.04.27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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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가 있고 장쾌한 액션이 있다. 수작이라 할 순 없지만 오락적으로 즐길 요소가 충분하다.

‘토르: 천둥의 신’은 그리스 신화를 현대로 옮겨 놓은 듯한 영화다. 분노하고 질투하고 실수투성이인 인간적인 신들의 모습이 흥미롭고, 그들이 빚어내는 스펙터클이 눈을 즐겁게 한다. 특급 블록버스터는 아니지만 적당한 볼거리와 웃음을 갖춘, 썩 잘 빠진 상업영화다.

이야기는 신들의 세계를 배경으로 시작된다. 신의 나라 아스가르드의 왕권 계승자이자 천둥의 신인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과격하고 오만하기만 하다. 그 성격이 결국 화를 부른다. 그의 아버지는 적대국과의 전쟁을 유발한 죄로 토르에게서 전지전능한 능력을 빼앗고 지구로 추방한다. 지구에서 천문과학자 제인(나탈리 포트만) 일행과 맞닥트린 그는 아스가르드로 돌아가려 하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그의 동생인 로키(톰 히들스턴)는 왕권을 탐하게 되고 지구를 난장판으로 만들며 토르를 제거하려 한다.

창의적이라 할 순 없지만 토르가 무적의 망치 ‘묠니르’를 휘두르는 속도감 넘치는 액션이 춘곤증을 쫓아낸다. 신들의 전쟁이라는 소재는 관객들의 판타지를 제법 자극한다. 무엇보다 큰 재미는 지구에 떨어져 우스갯거리로 전락한 토르의 모습이다. 무소불위의 힘을 지녔던 그가 지구에서 봉변을 당하는 장면은 전복적인 웃음을 자아낸다. 그는 천방지축으로 행동하다 제인의 차에 연달아 치이거나 전자총을 맞고 맥없이 기절한다. 애완동물 가게를 찾아갔다가 문전박대를 당하기도 하는데 눈치 없는 말 한마디 때문이다. “무엇을 찾냐”는 점원의 질문에 토르가 내뱉는 거침 없는 답변. “말 한 마리 당장 내놓아!”

배우 겸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메가폰을 잡았다. ‘헨리 5세’(1989)와 ‘프랑켄슈타인’(1994), ‘햄릿’(1996) 등을 연출한 그는 로렌스 올리비에 이후 셰익스피어를 가장 잘 해석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첫 블록버스터 영화라 할 ‘토르’에서 브래너는 자신의 인장을 새기는 대신 상업영화의 안정적인 흥행 규칙을 택했다. 그의 이름만 믿고 극장을 찾은 영화 팬이라면 조금은 난처해질 영화다. 2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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