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후계구도 과시 속셈땐 함께 나올 소지 배제못해"면담 예단 어려워" 관측도
26일 오전 10시45분, 북한 평양 순안 공항.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단장으로 하는 '디 엘더스(The Elders)' 대표단을 태운 전용기가 도착했다. 회색 양복 차림의 카터 전 대통령을 선두로 빨간색 상의를 입은 그로 브룬트란드 전 노르웨이 총리, 갈색 상의를 입은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검은색 정장을 입은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이 차례대로 비행기 트랩을 내려왔다.
카터 전 대통령이 내려서자 리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이 다가가 악수를 나눴다. 이어 소학교(우리의 초등학교) 여학생이 카터 전 대통령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이어 북 외무성 측에서 마련한 대형 승용차를 타고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곧바로 향했다.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은 백화원 영빈관에서 박의춘 북한 외무상과 환담을 가진 뒤 열린 환영 만찬에 참석했다. 지난해 8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때는 도착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찬을 함께 했다.
이번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북한 방문 일정에서 최대 하이라이트는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이 될 것 같다.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카터 전 대통령 일행의 면담이 이뤄질 경우 방북 이틀째인 27일이 유력하다.
북한이 올해 남북 대화를 제의하는 등 대화 공세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김 위원장이 평양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양측의 면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카터 전 대통령 혼자가 아니라 전직 국가수반 3명을 대동한 만큼 면담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김 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카터 전 대통령을 만날지 여부도 주목된다. 김 위원장이 김정은과 함께 카터 전 대통령을 면담한다면 후계구도를 국제사회에 과시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카터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면담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 당시에도 김 위원장이 돌연 중국 방문길에 올라 두 사람의 만남이 불발됐다. 카터 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회동이 이뤄질 경우 김 위원장은 카터 전 대통령에게 6자회담, 남북관계 등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대외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힐 것으로 관측된다.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을 6자회담에서 논의할 수 있고, '남북 수석대표 회담-북미대화-6자회담'의 3단계 대화 방안에 대해서도 긍정적 태도를 보일 개연성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 나설 의지를 내비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이 사적인 방문이지만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 성사 여부와 어떤 논의를 할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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