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보건복지부 기자실이 소란했다. 건강보험료 연말정산 보도자료를 놓고 기자들과 복지부 공무원의 한판 승강이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건보료 정산은 전년에 징수했던 1년치 건강보험료를 그 해 임금상승분을 반영해 4월에 정산하는 제도다. 임금이 오른 사람은 오른 만큼 더 내고 내린 사람은 돌려 받는다. 이달 월급명세서에서 갑자기 불어난 건보료를 발견하고 궁금해하는 직장인에게 자초지종을 미리 알려주기 위해 복지부는 정산 안내를 해마다 4월 21, 22일께 해왔다.
올해 정산 결과도 22일 발표 예정이었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 없이 발표가 27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이미 월급을 받은 많은 사람들이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건보료를 보고 언론사에 문의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발표를 기다릴게 아니라 바로 기사를 써야 한다고 기자들이 요구하자 복지부 당국자는 "올해 4대보험이 통합 징수되면서 자료가 방대해 업무처리가 끝나지 않았다"며 자료를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리도 안 됐다면 당초 22일 발표 계획은 뭐였는지 고개가 갸웃했다.
복지부 계획대로 하면 자료는 선거날인 27일 낮에 나와 투표가 끝난 이날 저녁에나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터였다. 복지부 안팎에서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염려해 발표를 연기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방대한 자료' 때문이라는 설명에 "정리는 컴퓨터가 하지 자기들이 하나"고 비웃는 당국자도 있었다.
복지부 눈치만 살피는 건강보험공단 담당자는 열흘 전 통계자료를 복지부에 넘겨줘놓고도 "언제 줬는지 기억 안 난다"는 웃지 못할 답변만 되풀이했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그 방대하다던 자료를 어느 새 정리했는지 26일 부랴부랴 기자실에 보도자료를 던져주고 갔다. 정치에 농락당하는 대한민국 복지가 불쌍하다.
김범수 정책사회부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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