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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지젤로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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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지젤로 날다

입력
2011.04.2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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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라면 누구나 탐내는 역발목 재활운동 후 연습 최선"슈투트가르트 효정이완 서로 격려해주는 단짝"

서희(25)씨가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의 '지젤'공연에서 주인공 지젤 역에 전격 발탁됐다. 초등학교 중학교 동창 강효정씨가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입단 8년 만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 역을 따내고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데(본보 4월 9일자 2면, 22일자 33면) 이은 쾌거다.

26일 ABT 인터넷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 무용단 솔리스트로 지난해 7월 승급한 서씨는 6월 1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지젤'공연에서 시골 처녀 지젤 역으로 캐스팅됐다.

ABT의 '지젤'은 이 발레단 대표 무용수인 줄리 켄트가 세계적 스타로 발돋움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켄트는 서씨와 더블 캐스팅돼 3일 출연한다. 서씨의 상대 배역인 알브레히트 역은 수석무용수 데이비드 할버그가 맡았다.

'백조의 호수'와 함께 대표적 고전발레 레퍼토리인 '지젤'은 프랑스 낭만발레의 정수로 정교한 발동작에서 기교를 발휘해야 할 뿐 아니라 표현력 역시 뛰어나야 맡을 수 있는 어려운 배역이다. 지젤을 맡은 서씨는 1막에서 신분을 속이고 마을을 찾아온 귀족 청년 알브레히트와의 만남에서 청순한 시골 처녀 역할을 하고, 2막에서는 몽환적 분위기의 무덤가에서 처녀귀신과 함께 매혹적 자태를 표현한다.

긴 팔다리와 작은 얼굴, 가녀린 목선과 예쁜 발등을 비롯해 발레리나로서 스타성을 갖춘 서씨는 그동안 가냘픈 이미지의 배역을 주로 맡아 왔다.

서씨의 이번 캐스팅의 의미에 대해 장인주 전 국립현대무용단 사무국장은 "ABT의 '지젤'은 켄트를 스타로 만든 이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라며 "2시간 동안 기교뿐 아니라 감정 표현을 해야 하는 주요 배역을 맡았다는 점에서 원숙미를 펼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서씨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여자 무용수라면 누구나 하고 싶은 지젤 역을 맡게 돼 기쁘고 설렌다"며 "얼마 전 발목 부상을 당해서 재활운동을 하고 있어 조금 힘들기는 했지만 시간적 여유가 생겨서 오히려 역할 공부를 많이 했고, 다음주부터 시작하는 연습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레리나 강수진씨의 뒤를 이어 각각 미국과 유럽의 대표적 발레단에서 약진한 서씨와 강효정씨의 오랜 우정도 화제거리다. 둘은 선화예중 1학년 때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장의 권유로 미국 키로프발레단 아카데미로 나란히 유학을 떠나 함께 기숙사 생활을 했으며 2003, 2002년 각각 스위스 로잔발레콩쿠르에서 입상했다. 강씨보다 나이가 한 살 어린 서씨는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아카데미 연수생으로 이 발레단 연수생이던 강씨와 함께 공연을 하기도 했으며 2006년 ABT에 입단했다.

서씨는 "효정이와는 서울 광남초등학교 선화예중 동창으로 미국 키로프발레단 아카데미 기숙사에서는 2층 침대를 쓰는 외국인 룸메이트를 놔두고 한 침대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잠들곤 했고 떨어져서도 메일과 전화를 주고받으며 서로 격려했다"며 "정말 오랜 고생 끝에 승급한 날,'오늘밤은 잠이 안 올 것 같다'는 효정이에게 '나는 몇 배 더 잠이 안 올 것 같다'며 내일처럼 기뻐했다"고 말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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