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교육과정, 학교는 몸살]"부실 교과서 양산" 비난
"얇은 소설책 한 권도 6개월 안에는 못 만듭니다. 학생들이 배울 전 과목 교과서를 3,4개월에 만들어야 하니 참…."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2009개정교육과정 교과서 도입시기를 돌연 앞당기고, 15개 교과서 발행사에 무리한 일정을 통보하면서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교과부는 연구팀이 내놓을 2009개정교육과정의 각론을 6월에 확정하고, 8월 초에 고시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8월 말 교과서 검정실시 공고를 하고, 검정신청 접수를 내년 3,4월에 받게 된다. 출판사들은 2012년 1월까지 심사본을 제출, 3,4월 검정과 5월 심사를 거쳐 이후 최종 적격이 발표되면 제작 및 생산에 들어가야 한다. 2013년 3월부터 초등학교 1ㆍ2학년과 중학교 전 학년이 이렇게 만들어진 새 교과서를 사용하게 된다.
결국 출판사들은 6월에 확정된 개정교육과정의 각론을 토대로 6개월 안에 교과서 집필 및 제작을 마무리 해야 하는 셈이다. 통상 교육과정 내용 분석, 집필자ㆍ편집자 선정 및 섭외, 사진 및 삽화 발굴, 내용검토 회의, 조판 및 교정, 시험본 제작 등의 과정을 모두 거쳐야 하는 교과서 제작 과정을 고려하면 실제 집필자의 집필 시간은 3개월 정도에 불과하다는 계산이다.
당초 교과부는 2009개정교육과정에 따른 새 교과서를 2014년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 7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김선동 의원(한나라당)이 새 교육과정은 올해부터 도입되는데 교과서는 2014년에 도입되는 점을 지적했고, 이주호 장관은 "초ㆍ중학교에서 새 교과서를 채택하는 시기를 1년 정도 앞당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2013년 도입을 목표로 한 교과서 개정이 부랴부랴 계획됐다.
1년 반에 걸쳐 개발한 2007개정교육과정에 따른 개정 교과서가 불과 1년 만에 폐기처분 되는 것도 문제다. 중학교 3학년의 경우 2012년에 새 교과서가 도입되는데, 2013년에 또 다른 새 교과서를 사용하게 됐다.
한 출판사의 교과서 개발 담당자는 "2년간 만들어도 부족할 교과서를 6개월 안에 만들어내라는 것은 교과부가 스스로 부실 교과서를 양산하는 조치"라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육과정이고 교과서 개편이냐"고 한탄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