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교육과정, 학교는 몸살]한 학년에 10여년 과정 혼재… "사회 변화 반영" 강변
5년 단위로 전면개편이 진행되던 초중고 교육과정에 2003년 수시개정체제가 도입된다. "급변하는 지식과 사회적 요구를 교과과정에 신속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지만, 이후 9년간 11번 개편되면서 "보도블럭보다 자주 교체된다"는 비아냥을 듣고 있다.
올 들어서도 1월 '2009 개정 교육과정' 취지에 맞춘 교과서 개편을 골자로 한 '2011 교과 교육과정 개편'방향이 발표된 데 이어, 지난 22일에는 고교 한국사를 필수과목으로 전환하는 내용의 역사교육 강화 방안이 발표되는 등 벌써 두 차례 교육과정 손질이 있었다.
이렇게 자주 교육과정이 바뀌다 보니 한 학교 내에서도 학년별로 여러 가지 교육과정이 혼재된 양상이 나타난다. 현재 고교 1학년은 2006년 개정된 수학ㆍ영어 교과서와 2007개정에 맞춘 나머지 과목 교과서를 2009교육과정에 따라 배우고 있다. 중3과 고2ㆍ3학년은 더 심해 2006년 개정 수학ㆍ영어교과서와 1997년 개정된 7차 교육과정에 따른 나머지교과서를 사실상 2009교육과정이 반영된 학교자율 교육과정에 따라 배운다. 한 학년에 10여년간 바뀐 교과과정이 혼재돼 있는 것이다.
이런 혼란상은 교과과정이 고시된 지 2년 뒤부터 연차적으로 적용돼 초중고 전체에 모두 적용되는데 5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이는 교과과정 개편이 얼마나 장기적 검토를 통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이유이기도 하다. 광범위한 여론수렴을 통해 교과과정을 개편하고, 이에 따른 교과서를 만들고 이를 검증하고 새로운 교습지침을 만드는 과정 어느 하나라도 소홀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현 정부는 2007개정교육과정이 고시된 지 2년 만에 2009개정교육과정을 고시해 교육현장의 혼란을 초래했다. 2007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는 올해 들어서 초중고 전 학년에 보급됐지만, 2014년부터 또 교과서를 바꿔야 하게 된 것이다. 이 와중에 교과부는 "예산절감은 물론 검약생활 교육강화 및 저탄소 녹색성장에 기여한다"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며 '교과서 물려주기 기록표'를 일부 교과서 안쪽에 인쇄하고 이를 홍보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과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대외환경을 학생들에게 시의적절하게 가르치기 위해 교과과정을 자주 개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장 교사들은 "급변하는 사회상을 모두 검인정 교과서에 담을 수는 없다"며 "복잡한 교과과정 개편에 매달리기 보다는 일선학교와 현장교사의 교재 선택 자율권을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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