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궤도 이탈한 국·공립공연장] 부실한 고양문화재단
경기 고양문화재단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의 지난해 공연 가운데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것은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갈라쇼, 클리브랜드 오케스트라 등이다. 그러나 이들 공연은 모두 외부 기획사가 제안한 기획대관이었으며 표값은 최고 25만원에 달했다. 재단은 발레단 유치에만 10억원 내외를 썼다. 최고 수준의 음향시설로 정평이 난 아람누리 아람극장은 지난달 26일과 이달 24일 가수 바비킴 콘서트에 쓰였다.
재단의 공연기획 능력은 이 같이 떨어진다. 고양시는 1,000석 이상 공연장만 4개나 되는 아람누리 어울림누리 건설에 총 2,800억원의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도 왜 이런 식의 운영을 할까.
시 산하 예술단체 하나 없이 전시행정 목적의 초대형 건축을 해 지역 수요와 맞지 않는 탓이 가장 크다. 시는 강현석 전 시장 재임 기간인 2004년 덕양구에 어울림누리(8,421㎡)를 완공해 놓고도 2005년 성남아트센터가 출범하자 2007년 일산구에 아람누리(10,691㎡)를 또 개관했다.
지난해만 시 출연금 150억여원이 운영에 들어간 이들 초대형 공연장은 공연하는 날보다 놀리는 날이 훨씬 많다.
26일 고양문화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어울림누리 내 어울림극장(1,218석)의 공연일수는 1년 365일 중 91일에 그쳤다. 아람누리 내 아람극장(1,887석)의 지난해 공연 일수는 100일에 불과하다. 아람누리ㆍ어울림누리 내 5개 극장의 공연 일수는 연평균 109일로 비율이 29%에 불과하다. 아람누리와 어울림누리의 지난해 공연 건수를 모두 합해도 230건으로 성남아트센터(365건) 한 곳에 못 미친다.
왕성옥 고양시의회 의원은 "급조된 재단 출범 때 연줄로 대거 채용돼 현재는 고위직이 된 간부들이 사람을 미리 정해 놓고 수시채용을 해와 조직 내 파벌 및 갈등 양상이 심각하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조직 난맥상이 재단 밖으로까지 불거졌다. 재단은 최근 직원 5명 경력인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해고했다가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지난달 8일 부당해고 판정을 내렸는데도 불복하고 있다. 왕 의원은 "승진을 앞둔 한 직원이 경쟁자인 동료를 국무총리실에 밀고해 2005년 이미 같은 건으로 감봉 조치를 받았는데도 이중 처벌된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또 다른 공연 전문가는 "해고해야 할 정도로 실력 없는 직원들을 수시 채용해 왔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재단 직원들은 전문가란 명목으로 시 공무원(9급 3호봉 1,930만원)보다 많은 초봉(재단 5급 2,429만원)을 받고 채용됐다.
부실 인사는 부실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 재단은 아람누리 해받이터 임대계약 소송을 1년 6개월간 끌다 패소해 임대수입 예상치 2억2,000만원을 포함해 총 3억3,000만여원의 손해를 봤다. 지난해 7월에는 재단 무대기술팀 소속 한 직원이 허위 공문서를 만들어 수백만 원의 예산을 받아내려다 적발됐다. 재단은 광고를 특정 업체에 수의계약으로 몰아 줘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동안 시장_시의회(문화복지위원회)는 모두 한나라당 일색이어서 재단에 대한 비판과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재단 사장 인선은 또 다시 정치적으로 이뤄져 불 난 데 기름 부은 격이다. 지난해 부임한 최성(민주당) 시장이 1월 재단 사장으로 임명한 안태경씨는 시장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으며 세계대백제전, 여수엑스포 공연감독 등의 이력이 있지만 공연기획자나 예술경영자로 중앙에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에 대해 재단 관계자는 "재단의 과다시설이 문제라는 지적을 받아들여 장르별 공연기획에서 공연장별 프로듀서를 두는 식으로 시스템을 바꿔 가동률을 높일 것"이라며 "국무총리실 감사 때 내부고발은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으며 지방노동위의 부당해고 판단에 대해 행정소송까지 갈 생각은 없지만 중앙 정부 차원의 압력으로 느끼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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