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이 27일 열리는 시의회 시정질문에 출석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시와 시의회 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인다. 유례 없는 '시정마비'에 안팎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강철원 시 정무조정실장은 26일 "양측 협상에 변화된 게 없어 오 시장이 출석하지 않기로 했다"며 "예산안 재의 요구에 대한 시의회 답변이 없고, 사업항목의 조정도 안돼 조금 더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무상급식으로 촉발된 문제가 이제는 별개 상황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측면이어서 숙성 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는 시의회가 '오 시장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며 검찰에 고발까지 한 상황에서 의회 등원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시의회는 27, 28일 곽노현 시교육감에 대해서만 시정질문을 하고 29일 일정은 현장방문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오 시장의 미국 방문을 고려해 시정질문 날짜까지 미룬 민주당 측은 "대권 로드맵만 갈 뿐 의회는 무시하고 있다"며 격앙돼 있다. 김명수 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집행부 측이 대외적으로는 협상을 한다고 면피하지만 실제 협의를 한 적도 없고, 의회에 올 생각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예산안 문제야말로 재의요구에 응하면 대법원에 제소하려는 의도를 왜 모르겠냐"고 성토했다.
그러나 오 시장의 시의회 장기 불출석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서명과 관련돼 있다는 분석이다. 주민투표 성사가 가능한 숫자가 확보돼야 시의회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서명인원 43만 명을 채울 것으로 예상되는 6월까지 현재의 국면이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 시의회 지도부는 "오 시장이 들어오기로 했다가 보수단체로부터 '화해무드가 형성되면 무상급식 반대서명의 힘이 떨어진다'며 반대해 시정협의를 계속 거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20조5,850억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시와 시의회가 고작 695억원의 무상급식 지원예산으로 촉발된 정파적 대립으로 표류하는 셈이다.
시정의 최종책임자인 오 시장이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오 시장은 지난주 미국에서 국제적인 정치인으로 이미지를 격상시키고, 그런 바깥의 바람을 몰고 귀국했다. 조건 없는 전격등원으로 시민에 '감동'을 주는 것이야말로 하버드대 강연에서 오 시장이 강조한 '큰 책임감'을 실천하는 첫 행보라는 것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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