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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값 급등이 세상을 뒤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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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값 급등이 세상을 뒤흔든다

입력
2011.04.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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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결국 밥이었다. 연초부터 아랍권을 뒤흔들고 있는 민주화 시위도 결국 전세계적 식량 가격 폭등에 따른 식량난이 촉매제였고,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것도 식량 가격 상승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의 국제문제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5ㆍ6월호에서 21세기 식량전쟁이 독재자를 쫓아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식량의 지정학(Geopolitics) 시대'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식량가격지수(Food Price Index)는 지난 1월 231, 2월 237, 3월 230을 기록했다. 2000년엔 90, 지난해엔 185였다. 식량가격지수는 2002~2004년 평균을 100으로 간주하고 산정하기 때문에 2000년대 초반에 비해 최근 식량 가격은 2배 이상 뛴 셈이다. 특히 지난해 6월(168)부터 지난 2월까지 8개월 연속 상승하는 기록도 남겼다.

이 같은 식량 가격 급등세는 중동ㆍ북아프리카의 반정부 시위의 근인(根因)이 됐다. 1월 이후 튀니지의 지네 엘 아비디네 벤 알리 대통령, 이집트의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이 물러나는 과정에도 식량 요인은 결정적이었다는 것이다.

특히 시리아, 이라크에선 곡물 생산이 이미 줄었고 예멘에서도 감소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관개수로에 공급되는 물이 줄면서 식량 자급자족이 어려워지고 있다. 아랍권의 곡물 생산량은 한계에 이른 반면 인구는 늘어나 식량난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FP는 "급격한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사회 불만이 일부 국가에서 혁명과 봉기로 발전하고 있다"며 "아랍 혁명가들은 전쟁이 아니라 빵을 만들기 위해 나선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적어 보인다는 점이다. FP는 식량 가격 급등 추세는 식량 수요가 늘어나는데도 생산량이 못 따라가는 현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급격한 인구 증가, 온난화, 농업용수 부족이 걸림돌이다.

또 세계 최대 곡물 생산국인 미국이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식량 수급의 완충 역할을 해왔으나 최근엔 그렇지 못하다. 곡물로 만드는 바이오연료 공급 확대도 식량난을 유발시킨다.

게다가 못사는 나라일수록 식량가격 폭등에 따른 피해 체감지수는 커진다. FP는 "미국만 해도 수입의 10분의 1 정도를 슈퍼마켓에서 (먹거리 사는 데) 쓰는데 지구에서 가장 가난한 20억 인구는 수입의 50~70%를 식량 구입에 쏟는다"고 전했다. 결국 식량 위기가 지구촌에 정치혁명을 동반한 식량폭동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아시아 국가도 식량난에 휘둘리고 있다. 아시아개발은행은 아시아권 식량 가격이 올 들어 10% 정도 상승했고,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져 수백만명을 기아로 내몰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26일 전했다. 식량 가격 상승이 아시아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얘기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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