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의 임직원들이 영업정지 전 날인 2월 16일 밤 친인척과 유력 고객(VIP)에게만 정보를 따로 알려주고 예금을 빼내준 일은 금융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수치스러운 사건이다. 영업 마감시각인 오후 4시 이후에 인출했다는 게 문제가 아니다. 공정과 신뢰의 기반 위에 서야 할 금융시스템이 임직원들의 사익(私益)을 위해 유린됐고, 마땅히 공정한 대우를 받아야 할 고객들을 불법적으로 차별했다는 게 본질이다. 무슨 아프리카 저개발국도 아니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그들의 파렴치는 친인척 등에게 영업정지 사실을 알려주고 예금을 인출하도록 한 것에 그치지 않았다. 연락이 되지 않는 친인척 등의 계좌에선 금융실명제법을 어기고 독단적으로 예금을 인출하는 범법행위까지 저질렀다. 이런 일이 부산 외에도 2월에 영업정지를 당한 부산2, 중앙부산, 전주, 대전, 보해, 도민 등 모두 7개 저축은행에서 벌어져 총 1,056억원이 특혜 인출됐다니, 저축은행 종사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한지 알 수 있다.
저축은행 임직원들의 비리 못지 않게 엄중히 파헤쳐야 할 부분은 금융감독원의 책임이다. 금감원은 특혜 인출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식이다가, 무능하다는 비판을 받고 엊그제야 인출중지 촉구공문을 당일 밤 발송했음을 시인했다. 하지만 드러난 정황으로는 당시 금감원 파견 감독관들이 현장에 있는 상황에서 공문발송 이후 1시간 이상 특혜ㆍ불법 인출이 계속되는데도 아무 조치를 하지 않아 상황을 방조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한편에선 금감원 인사들이 영업정지 정보를 유출한 흔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기능은 건전성 감독을 통해 금융시스템의 공신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금감원 직원들에겐 권한 만큼이나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최근엔 한 간부가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 중인 대검 중수부에 구속되는 등 잇단 부패범죄와 부적절한 처신으로 지탄을 받는 처지로 전락했다. 건전한 금융감독기능의 회복을 위해서도 엄정한 규명과 문책이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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