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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우리 교실에서 '잡스'가 나오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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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우리 교실에서 '잡스'가 나오려면

입력
2011.04.2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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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1분기에 세계 정보기술(IT) 업계의 왕좌에 올랐다. 일등공신은 2007년 첫 출시 이후 1억 800만대가 팔린 아이폰. 아이폰은 단순하고도 감각적인 디자인, 직관적이면서도 쉬운 사용법, 20만개가 넘는 응용프로그램 등으로 세계인의 기호와 관심을 단번에 빨아들였다. 애플과 아이폰의 성공은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가 이끌어낸 것이다. 그는 아이폰으로 하드웨어 분야를 공략하기 전에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를 통해 콘텐츠 분야를 먼저 장악하는 전략으로 '애플 왕국'의 주춧돌을 놓는 빼어난 수완을 발휘했다.

창의적 교육이 일군 애플 신화

그런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아이폰을 베꼈다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애플의 소송 제기에 대한 삼성의 인식이다. 이건희 회장은 "못이 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고 했다. 삼성이 세계 시장에서 기세를 올리자 삼성의 성장을 제지하려 한다는 의미다. 그런 견제조차 삼성은 능히 뿌리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도 들린다.

그렇다면 삼성은 과연 무엇으로 애플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것일까. 삼성은 애플을, 애플의 수장 스티브 잡스를 능가할 수 있는 능력과 전략, 그리고 그런 성공 요소들을 창안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인재를 갖추었을까. 인재들이 창의적 생각을 소신껏 펼쳐 보이고 엉뚱한 생각도 긍정적으로 수용하는 기업 문화를 삼성은 일궈 나가고 있을까.

오늘의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만들었지만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을 기른 것은 미국의 교육 시스템이다. 학생이 잠재력과 능력을 극대화하도록 뒷받침하는 교육, 자유로운 질의응답으로 학습에 대한 몰입과 재미를 극대화하는 교육, 개인의 창의력과 사고력을 북돋아주는 교육, 개인의 다양한 관심사와 욕구를 충족해 주는 교육은 스티브 잡스 같은 인물들을 배출하는 자양분이 됐다. 지나친 미국 교육 예찬처럼 들리겠지만 그것이 사실인 것을 어쩌랴.

삼성이 스티브 잡스의 애플을 뛰어넘으려면 교육 시스템으로부터 끊임없이 창의적 인재를 공급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또 삼성은 그런 인재들이 유희할 수 있는 놀이공간이 되어줄 만큼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이 되어야 한다. 하지만 계량화한 평가만이 절대선처럼 떠받들어지고 있는 우리 교육과 기업의 현실은 그런 당위나 기대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최근 한국일보의 보도대로 입시에 찌든 아이들은 교실에서 학습에 대한 호기심을 상실했다. 궁금한 게 없으니 질문이 없고, 질문이 없으니 진도만 뽑는 수업만 진행된다. 대학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학생들은 취업용 스펙 쌓기에 골몰하고, 학교는 기업이 원하는 규격화한 인재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학문적 깊이와 경험적 지식을 갖추고 창의적 사고와 실험적 자세로 도전을 마다하지 않는 인재의 양성은 요원한 일이다.

질문 만발한 교실이 인재 만든다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시스템이 이러한데 삼성이 어떻게 애플을 이길 수 있을까.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이 되는 길은 자명하다. 개인의 잠재력과 역량을 계량화한 점수로만 판단하는, 그래서 자기 생각이 아닌 오직 정답만 선택하도록 강요하며 규격화한 인재를 찍어내듯 생산하는 교육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교실에서 아이들의 호기심이 절로 부풀어 올라 질문으로 만발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을 통해 정답 고르기와 점수ㆍ스펙 쌓기에만 능한 얼치기 인재가 아닌, 깊고 넓은 사고와 식견을 갖춘 인재들이 배출돼야 한다. 다행히도 여러 혁신학교에서 이런 실험을 시작했다. 교실에서 질문이 살아나게 하는, 작지만 매우 의미있는 변화 하나로도 우리는 미래의 스티브 잡스를 키워낼 수 있다. 삼성이 순식간에 애플을 넘어 세계 최고가 되게 할 수 있다. 질문의 유용한 가치를 인정하고 교실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일에 교육 주체와 기업들이 힘을 합칠 때다.

황상진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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