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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아리] 박근혜:이재오, 손학규:유시민

입력
2011.04.2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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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보선 날이 밝았다. 강원 지사와 국회의원 3명, 기초단체장 3명,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의원 일부를 뽑는 '작은 선거'가 유별난 관심을 끄는 것은 우선 여야가 중앙당 차원에서 사활을 걸다시피 매달리는 바람에 판이 커진 측면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경기 성남 분당을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내년 대선구도에 적잖은 파장을 미치리라는 무성한 관측 때문이다.

분당을 보궐선거는 겉으로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와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대결이다. 두 후보 모두 지역구 국회의원으로는 아깝다 싶을 만치 정치경력이 화려해 승패 자체만도 관심거리다. 더욱이 두 후보가 여야 내부에서 보여온 중량감은 여야 각각의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재 내년 대선의 유력한 주자로 거론되는 정치인으로는 여당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가 돌출해 있고, 야당에서는 손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 등이다. 한나라당 안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 김문수 경기지사 등이 거론되고, 민주당에서도 정동영ㆍ정세균 전 대표 등이 빠지지 않는다. 한편으로 한나라당 주류인 친이계가 박 전 대표의 주도권을 좀처럼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의 친이계 수장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행보도 당내에서는 눈을 뗄 수 없는 변수다. 직접 후보 경선에 나설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최소한 누군가를 밀어 박 전 대표와 치열한 경쟁에 나설 움직임이다.

분당을 보선의 대선 영향력

섣부른 관측은 금물이지만, '박근혜 대 이재오' '손학규 대 유시민'의 대결 구도가 어렴풋하게나마 모양을 갖춰가고 있다. 강 전 대표와 손 대표는 이 복잡한 '4자 관계'의 직접적 변수로서 분당을 선거에 나섰다. 따라서 두 사람의 승패를 '4자 관계'의 단순화 측면에서 지켜볼 만하다.

우선 강 전 대표의 승리가 여당 대선후보 경선에 미칠 영향은 분명하다. 정치 이력을 멀리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도 없이 이번 보선 출마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이 장관과의 치열한 신경전만으로도 '박근혜 대세론'의 강화가 점쳐진다. 두 사람 사이의 수렁이 이미 메우기 어려울 정도라는 점에서 당내 정치기반을 더욱 확고히 한 후에 박 전 대표와 일전을 벌이겠다는 이 장관의 구상에는 쉬이 밀어내거나 돌아갈 수 없는 걸림돌이 되고 만다.

거꾸로 손 대표의 승리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야권의 가장 유력한 주자로 부상하는 발판이 된다. 솔직히 분당을 출마는 손 대표에게는 정치적 모험이다. 유권자 성향의 변화가 감지된다고는 해도, 대표적 '적지'에 떠밀리다시피 나섰다. 대선 가도의 최대 걸림돌인 당내 기반 확보가 아직 미진해 당력을 모은 선거에서 진다면 겨우 마련한 당내 교두보조차 흔들린다. 그 경우 다른 민주당 예비주자 가운데 전국적 지지도를 가진 인물이 없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한나라당에 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점에서 유 대표를 야권 단일후보로 세우려는 움직임이 활기를 띠게 마련이다. 반면에 이런 위험부담을 안고 임한 '적지'싸움에서 살아서 돌아온다면 당내 터줏대감들의 막연한 시샘은 물론이고, 유 대표 바람까지 잠재울 수 있다.

누구도 안심하기 아직 일러

흥미로운 것은 내년 대선 전망이다. '박근혜 대 손학규' 구도라면 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실은 당내 사정 때문에 불발했지만, 2007년 대선을 앞둔 모의실험에서도 손 대표는 종종 이명박 대통령을 눌렀다. 손 대표와 유 대표가 끝까지 따로 갈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유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에는 박 전 대표의 승리 확률은 커진다.

한편으로 손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될 경우 여당의 경쟁력은 이 장관이나 김 경기지사가 오히려 클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손 대표가 중산층이나 보수세력 일부를 아우르듯, 이 장관이나 김 지사는 저소득층과 진보세력 일부를 껴안을 수 있다는 관측이 주된 근거다.

오늘 밤이면 이 모든 관측과 전망이 많이 정리된다. 여야 주요 정치인들 복잡한 심사까지 감안하면 더욱 흥미로운 선거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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