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대학에 곧 엄청난 충격이 밀어닥친다. 고교 졸업생 수가 매우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다. 이미 2000년부터 2005년 사이에 고교 졸업생이 약 15% 줄어들면서 여러 대학에서 입학정원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향후 10여년 동안, 그 수가 약 67만 명에서 41만 명으로 40% 가까이 줄어든다.
학생수 격감, 구조조정 시급
대학들과 정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다만 전문대나 지방대들은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비해 수도권 대학은 여유가 있는 듯하다. 학생 확보에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대책도 국립대 통합과 사립대의 자율적 구조 조정을 유도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안이하고 소극적이다.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상당수 전문대와 지방대는 마치 쓰나미에 휩쓸리듯 초토화할 가능성이 높다. 폐교가 속출하고 최악을 모면한 대학들도 많은 학과의 문을 닫아야 한다. 부실 대학은 물론이고 상당한 수준의 대학이나 학과도 포함될 것이다. 지역사회와 경제도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다.
대학들은 유학생 유치를 통해 위기 극복을 시도하고 있다. 긍정적 측면도 있다. 그러나 일부 대학처럼 단지 재정확보 수단으로 악용하면 고등교육 전체에 미칠 악영향은 매우 심각할 수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발상의 전환과 정책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도권을 포함해 큰 대학들의 정원을 연차적으로 10~20% 감축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방대가 받을 충격을 다소나마 완화할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일 뿐만 아니라, 외국보다 크게 높은 교수 대 학생 비율 감축 등 교육여건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정부는 대학정원 조정 계획을 마련해 대학들에게 미리 제시해야 한다.
정부 계획을 바탕으로 대학들도 세부적인 정원감축 계획을 수립하고 유사학과 통폐합 등 학사구조 개편과 교육과정 개정 등 전면적인 학사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 또 정원과 학생이 감소하면 재정이 그만큼 어려워질 것이므로 낭비적ㆍ비효율적 요소의 제거에 나서야 한다.
정부 재정지원도 두 배 이상 확대되어야 한다. 대학 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는 OECD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우리나라가 꼴찌이다. 비싼 등록금의 한 원인이다.
재정 지원을 확대하려면 더욱 엄정한 대학평가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금 방식으로는 공정한 배분과 대학의 질적 향상은 불가능하다. 불가피한 일부 대학의 퇴출과 재정 지원의 기준은 소재지나 서열이 아니라 교육과 연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학사 개혁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냈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지금은 고등교육의 새로운 틀과 전략을 짤 최적기다. 학생 격감의 위기는 양적 확대에 치중한 고등교육을 세계적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질적 체제로 전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고등교육 혁신 국가 전략을
최고 수준의 고등교육 체제가 없이는 경쟁력 있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없다. 강력한 국가적 지도력 아래 정부와 대학, 사회 각계가 참여하는 가칭 '고등교육혁신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고등교육 구조 개혁의 원칙과 전략을 도출하고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학생 수 격감의 쓰나미는 다음 정부 임기 중에 본격적으로 밀려들 것이다. 닥친 뒤에는 이미 늦다. 지금이 바로 그 대비를 시작할 때다.
서남수 홍익대 초빙교수·전 교육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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