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4월 26일 역대 최악의 원전참사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발생했다. 25년이 흐른 것이다. 당시 커다란 인명, 재산피해를 냈던 재앙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올해는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비교되면서 더욱 관심이 쏠렸다.
현지에선 추모행사, 유럽 각국에선 원전반대 시위
26일(현지시간) AP·AF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원전 사고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가 열렸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체르노빌 사고 현장을 방문했다. 이날 새벽 키예프에 도착한 러시아 정교회 키릴 총대주교는 사고 수습에 참여했다 숨진 사람들을 기리는 기념비 부근에서 미사를 주재했다. 그는 “체르노빌 사고 여파는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폭 500개가 일으키는 피해에 맞먹는다”며 “희생자들이 없었다면 재앙을 해결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전사고가 일어난 시간인 오전 1시23분에 맞춰 25번의 교회종이 울렸고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기렸다.
이에 앞서 기념일을 하루 앞둔 25일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최대 교훈은 “정부 당국이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진실을 감추려고 하면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는 25일 대규모 원전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독일에서는 14만5,000명의 시위대가 스트라스부르에서 독일과 프랑스를 잇는 라인강의 다리 위에 올라 시위를 벌였다. 한 관계자는 “방사능은 국경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에서는 수 천명이 원전이 있는 모젤과 보르도 등에서 오래된 원전 폐쇄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현재 진행형인 재앙, 후쿠시마의 미래는.
2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수십만명이 병든 채 오염된 숲과 농장에서 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에서 180㎞떨어진 브랸스크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회사들은 파산하고 농업기반도 허물어졌다. 일할 곳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염된 강과 호수에서 고기를 잡고 숲에서 열매를 따먹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고 복구에 동원됐다 9년전 암으로 목숨을 잃은 근로자의 한 미망인은 “우리의 삶은 360도 변했다”며 “많은 아이들이 심장병을 앓고 있고, 아이가 없는 부부도 많다”고 전했다.
이들은 후쿠시마 원전 피해자들이 앞으로 암의 공포 속에 지내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일본 원전반대시위에 초청을 받은 한 생존자는 “후쿠시마와 체르노빌 사고는 쌍둥이”라며 암 발생을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주 키예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고로 60만명이 방사능에 심각하게 노출됐고 이들이 암으로 사망할 확률은 평균보다 4,000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