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사치입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따끈한 자료가 눈길을 끕니다.
이번 데이터의 주인공은 무직자, 즉 백수입니다. 백수상태로 결혼하는 신랑신부가 급감하고 있는데, 남성의 경우 1년 사이에 9.4%가 줄었다고 합니다. 직업 없이 신랑이 된 사람이 연간 2만 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국가통계포털이 직업별 혼인자료를 공개하기 시작한 2004년 이래 처음이라는군요. 결혼건수는 늘고 있지만 무직자의 결혼은 줄어든다는 것, 결혼의 현실성이 그대로 반영된 팩트입니다.
당사자로서는 몹시 속이 상하겠지요. 일이 없어 서러운데 결혼에서까지 제외된다니….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십시오. 결혼이 사랑 만으로 되는 건가요. 결혼비용이 억대가 넘는 시대라지 않습니까. 어쩌다 운 좋게 결혼한다 한들 살아갈 앞날이 막막하지 않겠습니까?
어느 무직 남성이 하소연 하더군요. “나는 그녀를 사랑한다. 그녀도 나를 사랑한다. 우리는 사랑만으로 지금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그녀는 데이트 비용을 다 부담하면서도 나를 사랑하니까 괜찮다고 했다. 내가 돈이 없을 때는 용돈도 주고 생일이나 크리스마스에는 선물도 사주던 그녀였다. 그런데 요즘 그녀가 이상하다. 집에서 결혼하라고 성화란다. 그녀는 나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당신과는 결혼할 수 없다고."
위로를 바라는 그에게 저는 오히려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그녀를 사랑한다면서 참 나쁜 짓을 했다고. 책임질 능력도 없으면서 그녀를 사랑에 빠지게 했고, 몇 년 동안 그녀 인생을 잿빛으로 만들어 버렸다고.
그녀 입장에서 생각해본 적 있나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남들처럼 생일에 근사한 선물 하나 받지 못했겠지요. 친구들에게 애인 자랑 한번 마음껏 해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사랑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녀에게 그렇게 힘든 짐을 지워야 하나요.
백수는 사랑할 자격이 없습니다. 당신이 백수라면 절대 사랑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어쩌다 한번 그냥 즐기는 가벼운 만남이라면 괜찮겠지요. 그러나 오래도록 계속되는 연애감정은 백수에게는 사치입니다. 상대에게는 불행이고요.
직장 먼저, 사랑 나중
좋은 직업에 인물도 좋은 여성이 백수와 사랑하면서 시련을 겪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백수가 되겠다고 작정을 한 것은 아니었고, 그녀 또한 그가 곧 직장을 구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일이 뜻대로 안 풀리고, 그 와중에 둘의 사랑이 깊어가면서 빼도 박도 못하는 사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2년 정도 지나자 그는 취업할 의지도, 희망도 없는 매우 자연스럽고 태평한 백수가 돼 있었습니다. 그녀는 애정이 식어가면서도 ‘잘 안 풀릴 때 헤어지는 건 도리가 아니다’는 고운 마음으로 그의 지갑 노릇을 할 수밖에 없었고요.
결국 그녀는 3년을 꽉 채우고 그와 헤어졌습니다. 그 때가 30대 초반, 결혼을 하려고 해도 적지 않은 나이라 만남의 폭이 좁아진 데다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으로 인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바람에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돈이 없다고 사랑해서 안 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한다는 것에는 책임이 따릅니다. ‘언젠가는 성공하겠지’라며 막연히 기다리게 한다면, 사랑이 아니라 이기심일 뿐입니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다가가기 전에 먼저 일을 찾으십시오. 그 사람의 존재가 일을 찾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정말 사랑한다면 짐이 되거나 감추고 싶은 사람으로 남아서는 안 됩니다.
물론 조건만 따지는 결혼은 불행의 시작입니다. 콤플렉스가 없는 건강한 정신, 함께할 수 있는 관심사나 취미가 있어야 결혼생활이 원만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최소한의 경제적 여건이 뒷받침되는 것은 기본이고요.
■ 남녀본색
직장이 없으면 결혼하기 힘든 세상. 남성의 직업은 남녀 간 만남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결혼정보회사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는 결혼회원들 중 직업지수 상위 300명, 하위 300명인 남성들을 대상으로 결혼에 이르기까지 평균 미팅횟수를 조사했다.
그 결과 직업지수 상위 300명은 결혼까지 평균 8.2회, 하위 300명은 5.3회의 미팅을 했다. 즉, 직업지수가 높은 남성들이 낮은 남성들보다 미팅을 많이 하고 결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이 좋으면 그만큼 만남의 기회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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