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라, 에너지 블루오션] 2부 친환경 발전의 심장을 만든다 (연료전지)물의 전기분해 역반응 이용… 부산물이 CO2 아닌 물상암 연료전지 발전소, 4000가구에 전력·온수 공급친환경에너지 각광받으며 포스코파워外 기업들 도전장
1990년대 초반까지 서울의 쓰레기 매립지였던 난지도 일대를 메워 만든 월드컵경기장. 이 곳 인근의 공원들 가운데 하나인 서울 마포구 노을공원에는 지난해 9월 발전소가 세워졌다. 21일 찾아간 이 곳에선 발전소 하면 으레 떠오르는 커다란 굴뚝과 굉음, 뜨거운 열 등을 직접 보거나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단지 500㎡ 가량의 면적에 3~5m 높이의 조그만 설비 서너 개 만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었다.
화력·수력·원자력발전소 등 기존 발전소와는 전혀 다른 모습에 "정말 여기서 전기가 생산될 수 있냐"고 묻자, 이상일 포스코파워 현장감독은 "상암 연료전지 발전소의 전기생산 규모는 2.4㎿로, 마포지역 3,000가구의 전력 공급과 1,000가구의 온수 공급에 쓰인다"고 말했다. 그는 "화염이나 연소과정 자체가 없어 폭발 등의 위험은 전혀 없다"며 "웬만한 설비제어는 컴퓨터를 통해 경북 포항 본사에서 실시간으로 이뤄지며, 이곳에서는 직접 사람의 손이 닿아야 하는 곳의 정비만 담당한다"고 밝혔다.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통해 연소과정 없이 전기와 열, 물을 생산하는 고효율ㆍ친환경발전설비인 연료전지가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1839년 영국에서 처음 그 원리가 발견됐지만 환경파괴 이슈가 현재처럼 심각하지 않아 화석연료를 사용하던 과거에는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990년대 상용화에 성공한 후 저변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이유현 포스코파워 과장은 "석탄 등 화학에너지를 열에너지→운동에너지→전기에너지로 순차적으로 변환시켜 전기로 만드는 기존 화력발전과 달리, 연료의 화학에너지를 직접 전기에너지로 바꿔주기 때문에 에너지 손실이 적어 발전설비 중 효율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연료전지 원리는 '물의 전기분해' 역반응. 물을 전기로 분해하면 수소와 산소가 발생하는데, 역으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와 열을 얻는 원리다. 연료공급기(MBOP)가 수소와 산소를 발전기(Stack)에 공급하면, 발전기가 수소와 산소의 전기화학반응을 일으켜 전기와 열, 물을 생성한 뒤 전기를 전력변환기(EBOP)로 보내고, 이후 전력변환기는 생성된 직류전기를 교류전기로 변환해 각 가정 등에 공급한다. 수소는 LNG나 석유, 메탄올 같은 화석연료로부터 얻고, 산소는 공기 중에서 얻는다. 수소를 얻기 위한 기초 연료가 화석연료지만 전기를 얻고 나오는 부산물이 화력발전에서는 이산화탄소인 반면, 연료전지는 물이어서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된다. 이런 점 때문에 연료전지는 1969년 아폴로 11호에 탑재된 후 현재까지 우주선의 전력 및 식수 공급원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연료전지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연평균 8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도 2018년까지 글로벌 연료전지 시장규모가 6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고, 2009년 1월 향후 대한민국을 이끌 22개 신성장동력 중 연료전지 발전시스템을 선정했다. 2018년까지 전세계시장의 40%를 점유하고, 9대 국가 수출산업으로 키워 2013년 1만명, 2018년에는 6만8,000명의 고용창출효과를 낸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업체들 가운데 세계 유수업체들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곳은 아직 포스코파워뿐이다. 2007년 연료전지 사업 시작 이후 현재까지 서울, 부산, 대구 등 국내 16개 지역에 총 40㎿ 규모의 연료전지를 설치해 가동 중이다. 이는 연간 동탄신도시 규모의 5만 가구가 사용하는 전기와 1만7,000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열을 생산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달에는 핵심설비인 발전기 제조공장을 준공해 연산 100㎿ 규모의 연료전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포스코파워는 이를 바탕으로 2013년까지 경기 화성 발안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인 총 60㎿ 규모의 연료전지 발전소를 설치하기 위한 MOU도 다음달 7일 경기도 등과 체결하기도 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건설된 발전용 연료전지 규모는 39.25㎿로 이 중 포스코파워가 31.65㎿를 설치했다.
그러나 포스코파워가 독점한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에 다른 국내기업들도 적극 뛰어들고 있어 경쟁체제가 조성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책과제와 자체개발을 통해 현재 포스코파워가 독점하고 있는 용융탄산염형 연료전지(MCFC·Molten Carbonate Fuel Cell) 분야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300kW급을 상용화하고 향후 용량을 다양화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아직 상용화되지 않았으나 MCFC에 이은 차세대 연료전지로 인식되는 고체산화물형 연료전지(SOFC·Solid Oxide Fuel Cell)에는 현재 포스코파워와 삼성SDI 등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범준 포스코파워 연료전지부문 팀장은 "전세계 연료전지 업체들이 차세대 품목인 SOFC에 집중하는 만큼 국내 업체들도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올해 국산화에 성공한 MCFC 경우는 이제 해외 수출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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