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교육과정, 학교는 몸살] 2009과정 무엇이 문제인가교과서는 2007과정 적용, 뜬구름 잡기式 목표에교사들 "갈피 못 잡겠다"집중이수제 실시 따라 전학생 학습소외 우려도
"새로 바뀐 교과서에 따른 교습방법 개발도 버거운데, 교육과학기술부는 '집중이수제'니 '창의적 체험학습'같은 뜬구름 잡기식 교육목표를 자꾸 도입하라고 강요하니 갈피를 잡을 수 없어요."
이명박 정부가 의욕적으로 마련한 2009개정교육과정(이하 2009과정)이 처음 적용되는 올해 교육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교사들의 목소리들이다. 현 정부는 출범 1년 만인 2009년 12월 학년ㆍ교과군(群)을 통합하는 집중이수제 등을 골자로 한 새로운 교육과정을 확정했다.
원래 교육과정은 법에 의해 고시하고 2년 뒤부터 연차 적용되는데, 2009과정은 확정 1년만인 올해 초등 1ㆍ2학년, 중ㆍ고 1학년부터 시행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학교 자율'이라는 이름으로 나머지 학년도 사실상 올해부터 2009과정의 주요 내용이 적용된다.
게다가 2007개정교육과정에 따라 전면 개편된 교과서가 올해에야 처음으로 전체 학년에 적용돼 새 교과서 파악도 벅찬 교사들에게 2개 학년을 하나로 묶어 교육과정을 통합하고, 초등학교의 경우 사회ㆍ도덕, 과학ㆍ실과, 음악ㆍ미술을 하나의 교과로 묶는 교과군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한마디로 '2007과정 교과서로 09교육과정을 가르치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학생들의 학습부담을 줄이라'며 과목별 수업시간도 감축하라고 지시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교과서를 충실하게 가르치기가 더 어려워졌다.
특히 2007과정 교과서는 이전 교과서보다 더 어려워졌다. 한국일보 설문조사 결과 초등교사의 54.7%가 '어려워졌다'고 답했고, '매우 어려워졌다'는 응답도 13.1%에 달했다. 교사 10명 중 7명 가까이가 새 교과서가 더 어려워졌다고 답한 것이다. 특히 사회ㆍ도덕(38.8%)과 수학(26.6%) 과목이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학급시간당 배워야 하는 내용은 늘어나고 교과서는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교과과정을 따라가기 힘든 초등생들은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학습부담을 경감하고 창의인성을 기른다'는 2009과정이 오히려 사교육을 부르고 있는 것이다.
교과과정을 2년 단위로 묶는 것 역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과부는 당장 올해 1, 2학년부터 학년ㆍ학기별로 나뉘어 있는 교과서는 무시한 채 2개 학년씩 묶고 수업시간을 20% 범위 내에서 학교 자율적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대부분 교과목을 담임교사가 가르치는 초등학교의 현실을 감안하면 매년 바뀌는 담임교사가 2개 학년치 교과를 자율적으로 가르친다는 것은 학습 결손을 부를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학년군제에 맞춘 교과서를 이르면 내년까지 보급한다고 약속했지만, 이는 또 다른 졸속 교과서를 낳게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우리나라는 매년 초등학생 중 28만명 이상(2009학년 기준)이 학기 중 학교를 옮겨, 전국 초등학생 330만명 중 연간 8.5%의 높은 전학률을 보인다. 그런데 학교별 집중이수제가 도입되면 학교마다 학습 진도가 달라져 전학생은 교과과정에 심각한 누락과 중복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교과부는 2009과정을 도입하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교육청이나 복수 학교별로 '거점 학교'를 지정해 전학생을 교육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대부분 도보로 통학하는 초등학생의 경우 '거점 학교' 통학이 불가능하다. 교과부는 결국 각 초등학교에 "전학생 교육은 학교 자율에 맡긴다"는 지침을 보내 사실상 초등 전학생을 위한 별도교육 포기를 공개 시인했다.
설문에 참여한 초등교사들은 "집중이수제가 실시되면서 전학생의 경우 학습 소외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1년 내내 미술 또는 음악 시간 없이 학교를 다녀야 하는 초등생은 얼마나 힘들까" 등의 걱정을 내놓으며 "2009과정은 교육현실을 무시한 탁상공론 행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도움말: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정영오기자 young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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