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레 "시위대에 정권 넘길 수 없어" 버틸 태세… 시위대, 조건 없는 즉각 퇴진 촉구
걸프협력협의회(GCC)의 중재안을 수용, 조속한 퇴진을 약속했던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이 하루 만에 입장을 번복하는 발언을 했다. 반정부 시위는 쿠데타 시도이기 때문에 권력을 시위대에게 넘길 수 없다는 것이다. 시위대 역시 "중재안 수용은 시간을 벌기 위한 살레의 '꼼수'"라며 그의 즉각 퇴진을 요구하고 있어 정권이양 완수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살레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이 자꾸 권력을 넘기라는데 그럼 쿠데타 세력에게 주란 말이냐"며 "정권 이양은 오로지 국민투표와 민주적 선거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곳곳에 자신이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만들어져 있는 중재안을 보고 살레는 '버텨도 되겠다'는 자신감을 가졌을 수 있다. 중재안은 살레에 대해 면책특권과 함께 퇴진까지 30일의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있다. 또 집권 국민의회당(GPC)이 통합정부의 지분 절반을 갖도록 했다.
시위대가 중재안에 의구심을 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록 야권이 살레의 선(先) 퇴진을 전제로 중재안을 받아들였지만 요구사항을 강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이날도 수도 사나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더 이상 협상도, 대화도 없다. 살레는 사임하거나 떠나라"며 조건없는 즉각 퇴진을 촉구했다. 시위 주도자들은 " 전에도 말을 바꿨던 살레가 이번에도 그러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고 강조했다. 살레 대통령은 지난달 연내퇴진 방침을 밝혔다가 집권당의 지지를 등에 업고 강경 선회했었다.
살레 대통령은 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위협을 재차 강조하며 미국을 자극했다. 그는 "알카에다는 시위대는 물론 군대 속에도 잠입해 있다. 서방은 테러리스트들의 위험을 무시한 대가를 혹독히 치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없는 예멘에서 대테러전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미국에 대한 경고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평화적 권력이양 결정을 지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살레 정부가 점진적으로 교체되기 보다 갑자기 무너질 경우 현실화할 대테러 전략에서의 타격을 미국은 우려하고 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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