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마지막 주(24~30일)는 세계보건기구(WHO) 서태평양사무국이 올 처음으로 지정한 '예방접종주간'이다. 우리나라를 비롯, 중국 일본 호주 등 29개국은 예방접종이 건강한 삶의 근간임을 알리고, 감염질환 예방과 어린이 예방접종률을 높이려는 계기를 만들고자 제정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예방접종도우미 사이트(nip.cdc.go.kr)를 만들어 예방접종률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현재 3세 미만 영유아가 받아야 하는 기초 예방 접종률은 80~90%일 정도로 높지만, 4~12세가 받아야 하는 추가 접종률은 40~50%에 불과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필수 예방접종' 11가지 12세까지 23차례 걸쳐 반드시 맞아야
1960년대까지만 해도 매년 수만 명에 디프테리아와 백일해, 홍역 등의 감염질환에 걸렸다. 하지만, 백신접종이 시작되면서 지금은 이 같은 감염질환은 1년에 환자가 10명 내외일 정도로 거의 자취를 감쳤다. 국민이 95% 이상 예방 접종을 하면 해당 감염질환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정부가 정한 '필수 예방접종'은 11가지 감염질환에 대한 8종의 백신이 있으며 23차례 이상의 접종이 필요하다. 생후 1개월 이내부터 12세까지 맞으면 된다. 필수 예방접종으로는 ▦결핵(BCG) ▦B형 간염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DTaP, 성인용 Td) ▦소아마비 ▦홍역-볼거리-풍진(MMR) ▦일본뇌염 ▦수두 ▦인플루엔자(독감) 등이다.
출생 후 가장 먼저 맞아야 하는 예방백신은 결핵백신(BCG)과 B형 간염백신이다. 결핵백신(BCG)은 출생 후 4주 이내~12개월에 맞으면 된다. B형 간염백신은 생후 0, 1, 6개월에 3회 접종한다. B형 간염백신을 맞으면 접종부위가 붓고, 아프면서 멍울 등이 생길 수 있지만, 대부분 증상은 1~2일 뒤에 없어진다.
디프테리아-파상풍-백일해 백신(DTaP)은 생후 15~18개월, 4~6세에 맞으면 되고, 홍역-볼거리-풍진(MMRㆍ12~15개월, 4~6세), 일본뇌염(12~15개월, 24개월, 36개월, 6세, 12세) 등은 첫 돌이 지난 뒤에 추가 접종해야 한다. 1차 접종을 해도 추가 접종을 제 때 하지 않으면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기타 예방접종' 5가지도 15~16차례 걸쳐 맞는 게 좋아
정부가 정한 '기타 예방접종'도 가능하면 맞는 게 좋다. 기타 예방접종 백신으로는 ▦로타바이러스 ▦A형 간염 ▦뇌수막염(Hib) ▦폐구균 ▦자궁경부암 백신 등 5가지로 15~16차례에 걸쳐 맞으면 된다.
3~24개월 된 영유아에게 많이 생기는 장염의 가장 큰 원인인 로타바이러스 장염은 백신만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위생을 철저히 해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으므로 6주 이상부터 2~3회 접종하는 게 좋다. 로타릭스(GSK, 2번 맞음)와 로타텍(MSD, 3번 맞음) 등 2가지가 출시돼 있다.
봄 여름에 잘 발병하는 A형 간염의 항체를 가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 자연히 회복되지만, 간질환자나 고령이라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1세 이후에 1회 접종한 뒤 6~12개월 뒤에 두 번째 접종하면 된다. 하브릭스(GSK)를 비롯, 박타(MSD), 이팍살(베르나) 등이 있다.
뇌수막염은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접종(Hib 접종)으로 예방한다. B형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균에 의해 생길 수 있는 뇌수막염을 비롯해 패혈증, 폐렴, 후두개염 등을 예방하기도 한다. 생후 2, 4, 6개월에 접종하고, 12~15개월에 1회 더 접종한다. 히베릭스(GSK)와 히브티터(와이어스)가 있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가 일으키는데, 2006년 개발된 백신으로 예방할 수 있다. 100여가지 유형의 HPV가 있지만 16, 18형이 암 발생 원인의 70%를 차지한다. 3회 걸쳐 접종하면 되는데, 가다실(MSD)과 서바릭스(GSK)가 나와 있다.
보건소 등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어
필수 예방접종은 보건소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다. 직장생활 등으로 바빠 보건소를 이용하기 어렵다면 지정 의료기관을 이용하면 된다. 지정 의료기관에서는 필수 예방접종 비용 일부를 지원받을 수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지정 의료기관에서도 필수 예방접종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예방접종하기 전에는 자녀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전문의 예진도 받아야 한다. 접종 후에도 30분 가량 병원에 머물면서 아기의 몸 상태를 지켜본 뒤 아무런 이상이 없으면 집에 돌아가는 것이 좋다. 부작용 증상이 나타나지는 않는지 최소한 사흘간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접종한 날과 그 다음 날은 심한 운동을 하지 않도록 한다.
많은 사람들이 '홍역, 소아마비처럼 거의 사라진 질환은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도 된다', '예방주사보다 그 병에 걸려 면역력을 기르는 게 더 낫다'등의 근거 없는 오해로 예방접종을 게을리 한다. 하지만 사라진 줄 알았던 질환도 예방접종을 게을리하면 다시 유행할 수 있다. 또한, 예방접종을 하지 않아 해당 질환에 걸리면 심각한 부작용이 생기거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김동수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예방접종에 대한 오해와 불신이 만연하면 접종률이 떨어져 감염질환이 유행할 수 있다"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예방접종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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