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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5> 복강경 위암수술 보편화한 김형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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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의료를 달린다] 분당서울대병원 <5> 복강경 위암수술 보편화한 김형호 교수

입력
2011.04.25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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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강경 위암수술 세계 표준화… 림프절 최소절제 임상시험

대기업에 근무하는 조모(45)씨는 지난해 건강검진에서 위암을 발견했다. 조기 위암이었지만 암세포가 위점막아래층까지 번져 위장의 60%를 비롯해 주위 림프절까지 잘라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형호 분당서울대병원 외과 교수는 조금 다른 선택을 했다. 수술 중 방사성동위원소와 생체염료를 이용해 검사하고 조씨의 위암이 림프절까지 퍼지지 않았음을 확인한 뒤, 위의 일부분과 암이 생긴 부위, 그 주변 조직만 도려냈다. 이렇게 위를 잘라낸 부위를 줄인 덕분에 조씨는 수술 후에도 예전처럼 식사하고 있다.

국내 첫 복강경 위암 수술, 수술기법 표준화

위암 수술은 림프절 전이 여부가 수술 범위를 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현재 시행하는 위암 수술은 암 조직이 있는 부위의 위는 물론이고, 위 주변의 림프절까지 잘라낸다.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 여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조기 위암 환자 가운데 림프절로 전이된 환자는 기껏해야 20% 정도다. 림프절 전이가 되지 않은 80%의 환자는 쓸데없이 림프절과 위의 60~100%를 잘라내고 있는 셈이다.

김 교수는 이런 무분별한 위 절제를 막기 위해 2005년부터 위암수술 범위를 줄이는 방법을 집중 연구했고, 그 결과 '위암 감시 림프절 수술'을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 수술은 수술 중에 위암이 림프절로 번졌는지 여부를 검사해, 전이가 안됐으면 종양과 그 주변조직만 잘라내는 수술법이다. 이렇게 하면 위 절제 부위를 최소화해 환자의 회복도 빠르고 생활도 예전처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복부 절개선과 더불어 수술범위를 줄여야 진정한 최소 침습수술"이라며 "현재 위암 감시 림프절 수술에 대한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결과가 나오면 위암수술에서 복강경수술이 보편화됐듯이 조기 위암수술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복강경 위암수술을 보편화하는 데에도 앞장섰다. 그는 1996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복강경 위암수술을 시행했고, 2007년에는 세계 최초로 복강경 위암 수술 500건을 돌파했다. 그의 수술법은 복강경 위암수술의 세계 표준이 될 만큼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실제로 분당서울대병원에서는 위암의 80%를 복강경으로 수술하는데, 수술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은 단 한 건도 생기지 않았다. 수술 부위 감염과 출혈 등 수술에 따른 합병증 발생률도 개복(23%)보다 복강경(11%)으로 수술할 때가 더 낮다.

김 교수는 현재 전 세계 의료인의 관심 속에 복강경 위암수술의 유효성과 안정성을 검증하는 대규모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16개 병원이 참여하는 이 연구에서 2015년 장기 추적결과가 나오면 복강경 위암수술의 표준이 마련될 것이다.

-위암, 왜 유독 한국인에게 많이 생기나.

"위암은 잘못된 식습관이 가장 중요한 발병 요인이다. 짠 음식과 불에 탄 음식이 위암 발병률을 높이는데, 한국인은 전통적으로 찌개, 국, 김치, 젓갈처럼 짠 음식을 먹는데다가 헬리코박터균 감염률이 높은 식습관을 가지고 있어 위암이 많이 생긴다. 흡연도 위암 발병률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처럼 위암은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암이지만 최근 10년 새 생존율이 20% 가량 높아졌을 정도로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정복되고 있는 암이기도 하다. 조기 위암은 수술 후 생존율이 95%에 달할 정도로 수술 결과가 좋다."

-위암 병기(病期), 어떻게 구분하나.

"위는 점막층과 점막아래층, 근육층, 장막층 등 4가지 층으로 구분한다. 위암 초기에는 암세포가 점막층에서만 생기다가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점막아래층과 근육층, 장막층까지 번져 위벽 밖으로 퍼지고 림프절이나 혈관을 통해 다른 장기로 옮겨간다. 암세포가 점막과 점막아래층에 국한돼 있으면 '조기 위암'이라고 하고, 그 이상으로 암이 진행되면 '진행성 위암'이라고 한다."

-위암 복강경 수술은 조기 위암에만 적용하나.

"복강경 수술은 잘라내는 부위가 작아 고통이 줄어들고 회복속도가 빠를 뿐만 아니라, 수술 중 출혈도 적고 진통제 사용량도 줄일 수 있다. 위암일 때 개복 수술을 하면 4~5일이 지나야 식사를 할 수 있지만, 복강경 수술을 하면 2~3일 후면 가능하다. 물론 퇴원과 사회 복귀에 걸리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장이 수술 부위에 들러붙은 유착 같은 합병증이 적다. 복강경 수술은 주로 조기 암에 시행하고 있는데, 분당서울대병원 외과에서는 복강경 수술을 확대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일부 진행성 위암(3ㆍ4기)에서도 복강경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위 기능을 보존할 수 있는 수술에 관심이 높은데.

"조기 위암은 수술 뒤 생존율이 높으므로 삶의 질을 개선하는 수술법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연구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이 보편화하면서 절개 부위는 크게 줄어들었다. 이제는 위에 영향을 적게 주는 수술법을 개발할 단계가 됐다. 수술 중 림프절로 전이됐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위암 감시 림프절 수술처럼 삶의 질과 생존율을 모두 높이는 맞춤 치료법 개발이 시급하다."

-진행성 위암일 경우에는 어떤가.

"조기 위암과 달리 진행성 위암은 수술 뒤 삶의 질보다 생존율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위와 위 주변의 림프절까지 잘라내고, 항암 화학요법 등 다양한 치료법을 쓰인다. 삶의 질을 강조하는 조기 위암과 달리 환자가 재발 없이 오래 살 수 있게 하는 게 목표다."

-위암 환자에게 하고 싶은 말은

"위암을 극복하려면 특별한 방법을 찾기보다는 상식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을 지키는 게 아주 중요하다. 마음을 편히 가지고, 술과 담배, 스트레스를 피해야 한다. 몸에 좋다는 건강보조식품은 챙겨 먹지만 정작 중요한 항암제 치료는 게을리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신선한 채소로 비타민을 보충하고 굳은 의지를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것이 암을 이기는 근본 비책이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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