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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써니' "칠공주 다시 보고싶어" 아픈 친구 위해 떠나는 80년대 추억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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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써니' "칠공주 다시 보고싶어" 아픈 친구 위해 떠나는 80년대 추억 여행

입력
2011.04.25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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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고생 딸을 뒀고, 남편은 잘 나가는 사업가다. 경제적으로 부족함 하나 없고 집안에 별 걱정거리도 없는데 나미(유호정)의 일상은 답답하다. 아이는 대화를 거부하고, 남편은 돈으로만 소통하려 한다. 어느 날 나미는 친정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가 말기 암 선고를 받은 고교동창 춘화(진희경 )를 만나게 된다. "함께 칠공주로 활약했던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춘화의 마지막 소원을 위해 나미는 20년 넘게 연락이 끊긴 고교 동창들을 찾아 추억 여행을 떠난다. 그 과정에서 나미와 그의 친구들은 삶의 새로운 활력을 얻는다.

'써니'는 삶의 전반전을 막 마친 중년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세대를 아우르는 영화다. 1980년대 풍경과 음악으로 추억을 자극하며 보편적 웃음을 유도한다. 아련하고 따스하고 유쾌한 터치로 옮긴 80년대의 여고 풍경이 정갈한 웃음과 감동을 전한다. 욕 대결로 기선을 제압하는 여고생들의 패싸움 모습, 추억의 영화 '라붐'을 패러디한 장면 등이 코미디로서의 영화의 한 축을 이룬다. 첫사랑과 얽힌 씁쓸한 추억, 조락한 친구의 모습 등은 쓸쓸한 정서를 자아내며 극적 파장을 형성한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능청스레 이어 붙이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고, 과거와 현재를 유려하게 연결하는 깔끔한 편집도 눈길을 끈다. 앞머리를 꼿꼿이 세운 80년대 여고생들의 일명 '자존심 머리', 당대 청소년들의 선호 대상이었던 유명 브랜드 제품, 음악 다방 풍경 등을 재현한 고증도 꼼꼼하다.

복고를 단지 퇴행적으로 소비하는 데 그치는 여느 추억 상품과 다르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인생 후반전 돌입을 앞둔 40대 여성들이 하프타임에 겪는 성장담을 담아 내며 미래 지향적인 결말로 끝을 맺는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다. 여운이 길게 남는 이유일 것이다. 탄력 잃은 후반부와 작위적 결말이 흠.

무엇보다 배우들의 앙상블이 좋다. 유호정 진희경 홍진희 고수희 등 성인 배우들은 기쁨과 슬픔, 회한의 감정 등을 얼굴로 그려 내며 관록이란 무엇인지 연기로 보여 준다. 이미 재능을 인정받은 심은경(어린 나미)의 연기도 좋지만 강소라(어린 춘화)와 민효린(어린 수지) 역시 발견이란 수식을 붙여도 좋을 정도로 눈에 띈다. 5월 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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