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7월 18일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넬슨 만델라 89회 생일축하 오찬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참석했다. 코피 아난 전 유엔사무총장,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 메리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무하마드 유누스 그라민은행 설립자 등이 그들이다. 오찬장에는 의자 하나를 비워놓았다. 초청을 받고도 버마 군정당국의 연금으로 참석하지 못한 아웅산 수키 여사의 자리였다. 만델라는 이날 '디 엘더스'(The Elders) 창립을 선언했다. 지구촌의 저명한 지도자들이 회원인 비정부 단체다.'엘더스 그룹'이라고도 불린다.
■ 멤버는 정치적 중립, 국제적 신망, 성실성을 인정 받고, 포괄적이며 진보적인 리더십을 갖춘 전직 국가수반, 국제기구 수장, 평화ㆍ인권운동가들이다. 10명의 회원과 2명의 명예회원 중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지금은 활동하지 않는 유누스 그라민은행 설립자를 빼고도 여섯이다. 전직 국가수반도 여섯. 관련 지도자들의 공직 활동과 경험 연수를 모두 합하면 1,000년에 가깝다. 만델라는 창립연설에서 이 단체의 임무를 이렇게 요약했다. "두려움이 있는 곳에 용기를, 갈등 있는 곳에 합의를, 절망 있는 곳에 희망을 불어 넣는다."
■ 엘더스 그룹의 첫 임무는 다르푸르 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 방문. 이후 버마 아웅산 수키 여사 석방 촉구를 비롯해 키프러스 분쟁, 종교ㆍ문화적 이유에 의한 여성인권 유린, 중동문제, 짐바브웨 문제 등 분쟁과 인권, 빈곤 문제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가고 성명을 내고 있다. 엘더스의 모임에 항상 아웅산 수키 여사의 자리를 비워놓는 것도 버마 군정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다. 독립성과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 특정 국가에 사무실을 갖지 않고 있으며, 옳다고 믿으면 무엇이든 대담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어제 엘더스 그룹 멤버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로빈슨 전 아일랜드 대통령, 그로 할렘 브룬트란트 전 노르웨이 총리, 마르티 아티사리 전 핀란드 대통령 등 4명의 전직 국가수반이 방북했다. 핵 문제, 한반도 평화, 인권과 식량 지원 등 인도주의적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게 방북 목적이다. 김정일 정권에 이용만 당할 것이라는 냉소적 시각도 있으나 방문단의 면면이나 엘더스 그룹이 지금까지 해온 일을 보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이용 당하지 않으리라는 믿음도 있다. 그들의 방북이 좌절과 무력감이 짙게 드리워져 있는 한반도에 새로운 희망을 키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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