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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포털 연예뉴스의 '깡마른 스타' 편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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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지은기자의 까칠한 시선] 포털 연예뉴스의 '깡마른 스타' 편애

입력
2011.04.2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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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숨진 채 발견됐을 때 "허벅지가 남자 발목 굵기 정도 밖에 안되고 골반 뼈가 드러나 보일 정도로 말라있었다"는 모델 김유리(22)씨. 무대에 서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옷에 몸을 맞추는 모델들뿐이랴. 젊은 여성 연예인들도 '마른 몸'의 비극에 갇혀 있다. 그들은 비정상적인 걸 알면서도 삐쩍 마른 연예인에 눈길을 주는 대중을 외면하지 못한다. 아름답다고 느끼기엔 말라도 너무 마른 이들에게까지 언론, 특히 인터넷 포털 뉴스는 앞장서서 찬사를 보내며 '마른 게 진리'라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

미의 기준은 각자 다르지만 대체로 살찐 체격보다는 좀 마른 듯한 몸을 아름답다고 한다. 하지만 포털 뉴스는 말라깽이 스타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몸매 종결자'로 부르며 추켜세운다. 미의 기준 왜곡이 비단 포털 뉴스만의 책임은 아니지만,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그것을 확대 재생산해 여론을 만든다는 점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가수 겸 배우 전혜빈이 다이어트로 큰 화제가 됐다. 시작한지 30일이 됐다며 깡 마른 몸을 찍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는데, 인터넷 포털을 통해 기사화되면서 여기저기 사진이 올라갔다. 제목은 '폭풍 다이어트… 복근 미인 등극' '마네킹 몸매에 시선집중' 식의 칭찬 일색. '늘씬하다 못해 앙상하다', '뼈만 있어 안타까워 보인다'는 댓글이 붙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포털 뉴스는 전혜빈을 '몸매 종결자'로 등극시켰다.

포털 뉴스는 연예인 셀카를 경쟁하듯 퍼날라 자극적인 제목을 붙여 클릭 수를 높인다. 말랐느니 살쪘느니 하는 품평이 대부분이다. 정려원, 김민희, 공효진, 소녀시대 등 깡마른 연예인들은 주로 '환상적인 몸매나 옷태'의 소유자로 뉴스를 탄다. 그에 반해 솔비 등 적당히 건강미 넘치는 연예인은 조금만 살이 쪄도 영락없이 '또다시 요요' '후덕한 모습 굴욕' 등의 제목으로 갖은 포화를 맞는다.

자연히 '마르면 마를수록 대접받는다'는 인식이 강해질 수밖에 없다. 대중은 미의 기준이 되는 연예인들처럼 마르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목이 접힌 연예인 굴욕 사진을 보며 다이어트에 신음하는 게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마른 몸이 정말 아름다운지 비판적으로 볼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포털 뉴스 홍수가 그대로 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연세대 세브란스 정신건강병원 김찬형 원장은 "다이어트 강박을 가지고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전보다 많이 늘었는데, 인터넷과 언론 매체의 영향이 크다고 본다"며 "특히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뉴스를 접할 경우 자아가 약한 사람이나 청소년들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너무 마른 것까지 아름답다고 우기지 말자, 제발.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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