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예측기관들이 너도나도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과 물가를 모두 4%대로 수정하고 있다. '4% 성장 - 4% 물가'가 점차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것. '5% 성장 - 3% 물가'를 고수해 온 정부도 이제 현실을 받아들이고 대폭 물러설 채비를 하고 있다.
25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올해 성장률과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모두 4.2%로 보고했다.
KDI가 작년 11월 내놓았던 전망치와 비교해 보면 성장률은 그대로 둔 채 물가상승률만 3.2%에서 4.2%로 1%포인트 대폭 높여잡은 것. 지금부터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물가 상승률이 3.6%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올해 3%대 물가 달성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 KDI가 밝힌 수정 이유다. 회의 한 참석자는 "KDI의 보고 내용은 비공식 전망치인 만큼 5월에 나올 공식 수정 전망치와는 다소 차이가 날 수 있다"면서도 "큰 틀에서는 이번 보고 내용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올해 성장률과 관련, 정부도 4%대 성장률을 수긍하는 모습이다. 이날 회의 말미에 이명박 대통령은 "당초 정부는 평균 국제유가를 배럴당 85달러로 잡고 올해 성장률을 5%로 전망했었다"며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를 웃도는 상황에서 4%대 성장을 하는 것도 훌륭하다는 점을 잘 홍보해 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과 물가를 모두 4.5%로 전망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는 성장률을 4.3%, 물가는 4.1%로 예상했다. 단, 한국은행은 지난 달 중순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은 4.5%로 다른 기관들과 비슷하게 전망했지만, 물가는 4%에 다소 못 미치는 3.9%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 내놓을 수정 경제전망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내려 잡되, 물가상승률은 3%대 중후반으로 올려 잡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 효과 등을 감안하면 물가상승률이 4%대로 올라서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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