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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이전 다가오자… 국책硏 두뇌들 줄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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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이전 다가오자… 국책硏 두뇌들 줄사표

입력
2011.04.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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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시작될 세종시 및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을 앞두고, 국책연구기관의 박사급 연구원들이 민간행이 잇따르고 있다. 저마다 더 나은 급여, 연구환경 등 제각각의 이유는 대고 있지만 이직의 최대 공통분모는 역시 지방 이전에 대한 거부감이다. 대부분의 기관들은 "마땅한 대책도 없다"며 한숨만 쉬고 있어 국가 씽크탱크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25일 관련기관에 따르면 국책연구원의 간판격이자 우리나라 경제정책수립과정에 가장 깊숙이 간여해온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선 올 들어 5명의 박사급 연구원이 사표를 냈다. 민간기업으로 간 박사도 있고, 수도권 소재 대학으로 자리를 옮긴 인력도 있다.

매년 일정 정도는 자리를 옮기는 편이지만 올해는 유난히도 이직이 많다는 분석. 지난해 1년 동안 4명이 이직한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이탈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에 위치한 KDI는 2013년 세종시 이전을 앞두고 있다.

KDI 관계자는 "예년에는 주로 민간 연구소나 대학이 주요 이동처였지만 최근에는 기업으로까지 선택지가 넓어지는 양상"이라며 "남아 있는 연구원들도 상당수 세종시 이전 전에 이직을 고려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연구업무가 민간 영역에서 '호환성'이 높은 조직은 특히 이직률이 높아지고 있다. 매년 1,2명의 연구원이 대학 등으로 자리를 옮기던 조세연구원은 올 들어 현재까지 벌써 3명이 이직했고 작년엔 4월까지 1명 퇴직에 그쳤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역시 올 들어 벌써 4명이 조직을 떠나면서 위기감이 높은 상태다. KIEP 관계자는 "특히 여성 연구원들은 남편의 직장과 가정 사정 등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데, 여성 연구원 비율이 절반을 넘어 큰 걱정"이라고 전했다.

아직 이직 러시가 본격화되지 않은 기관들도 걱정이 많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최근 총리실 주관 설문조사에는 이직을 원하는 비율이 의외로 낮게 나왔지만 마땅한 대안 없이 속내를 드러내지 않을 뿐, 언제라도 분위기가 급변할 수 있어 걱정"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이 같은 동요를 막을 대책이 없다는 점. KDI 정도만이 '발전구상팀'을 꾸려 이전에 따른 인센티브 방안 등을 연구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기관은 예산 제약 때문에 별도의 '당근'을 제시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현오석 KDI 원장이 최근 "현 60세인 정년을 65세로 늘리고 사학연금과 비슷한 연금제도를 마련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그 정도로는 큰 유인책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이직자들의 평가다. 올 들어 2명이 퇴직한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교통연구라는 특성상 외부로 옮길 자리가 많지 않은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고 있다"고 할 정도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없는 한 연구소 별로는 인센티브를 줄 여력이 없고 정부 역시 지방 분산이라는 명분 때문에 무작정 지원을 늘릴 형편도 안 된다"며 "얼마간의 인력 손실은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 10년 근무하다 이직한 박사 "자녀 교육문제 등 수도권 떠나기 부담"

10년 넘게 국책연구기관에 근무하다 최근 민간으로 자리를 옮긴 A 박사. 그는 2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지방 이전이 (이직의) 단초를 제공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생활기반이 모두 수도권에 있고, 자신의 전문분야 역시 서울과 멀리 떨어져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그는 "자녀 교육 문제도 그렇고, 적어도 15년은 더 일해야 하는데 지방으로 터전을 옮긴다는 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다"고 했다.

최근의 이탈 움직임은 국책연구소들에게 '치명적'이라는 게 그의 판단. 그는 "연구소는 결국 인력이 재산인데 이전을 빌미로 우수인력이 먼저 빠져나가면 남은 사람들의 동요도 더욱 가속화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국책연구원의 위상 변화도 이직의 한 원인이었다고 털어놨다. 예전엔 국가정책을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도 컸지만, 갈수록 정부 부처에 '서비스'하는 기관으로 격이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해졌다는 것. "교수 자리라면 지방대학도 마다 않는 게 연구원들임을 감안하면 단순히 이번 지방이전만이 이탈의 원인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중고생 자녀를 둔 연구원층 이탈은 어쩔 수 없겠지만 향후 조직을 슬림화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것도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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