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유혈 참사가 계속되고 있는 리비아 제3의 도시 미스라타 등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방안이 본격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반카다피 시민군이 리비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서방 지상군의 투입을 요청했고 국제사회도 이에 점차 공감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가 잇따라 리비아에 연락 장교단을 파견키로 해 주목된다. 영국이 현지 사정을 파악할 연락 장교단을 파견키로 한데 이어 프랑스 외무부의 크리스틴 파지 대변인도 20일 "프랑스는 벵가지에 특사와 함께 소규모의 연락 장교단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탈리아도 이날 자국군 장교 10명을 벵가지로 보낼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서방의 잇따른 연락 장교단 파견과 관련해선 당사국은 부인을 하고 있으나 지상군 파병을 위한 사전 포석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이 19일 "미스라타에 구호물자를 제공할 때 유엔의 요청을 받아 1,000명의 지상군 병력을 보내기로 회원국들이 합의했다"고 밝힌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지상군의 임무는 구호물자 호송에 국한될 예정이지만 외국군이 리비아 영토에 발을 들여 놓는 자체가 카다피에게는 위협이다.
앞서 미스라타 시민군 지도자인 누리 압둘라 압둘라티는 19일 "인도주의 원칙에 입각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 유엔 연합군, 특히 프랑스와 영국군을 보내주길 원한다"고 밝히며 연합군의 군사개입을 처음으로 공식 요청했다. 시민군은 그 동안 외세 개입을 우려, 서방군의 주둔을 결사 반대해 왔다. 지상군 투입 요청은 NATO의 공습 지원만으로는 카다피군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카다피군은 휴대가 간편하고 살상효과가 큰 그래드 중단거리 미사일을 주무기로 사용, 공습 표적으로 삼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또 최근 카다피군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집속탄을 쓴 정황도 포착돼 인명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미스라타에서는 지난달 6일 친ㆍ반정부군 간 교전이 시작된 이래 최소 1,000여명이 숨졌으며, 하루 10명꼴로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미국은 발을 빼겠다는 입장이다.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은 "NATO군과 국제사회는 리비아 문제를 다룰 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해 리비아 사태에 관여하지 않을 방침임을 거듭 시사했다.
김이삭 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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