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챔프전의 여러 화제 중 단연 으뜸은 하승진(KCC)의 세리머니다. 하승진은 슛을 성공시킨 뒤 상대 파울까지 얻어내면 양팔을 날갯짓하듯 위아래로 흔들며 팬들의 박수를 유도해 낸다.
하승진의 세리머니는 상대에 대한 도발이 아니라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자 동료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행위다.
농구에서는 어느 팀이 경기 주도권을 얼마나 쥐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경기 중에 팀 사기를 올리는 세리머니는 주도권을 차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상대를 과도하게 자극하는 세리머니는 곤란하다. 경기가 과열돼서 감정 싸움으로 치달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리머니를 할 때는 상대팀을 쳐다볼 게 아니라 자기팀이나 관중석을 봐야 한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하승진의 세리머니는 좀 어색했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 들어서는 완성도가 높아졌고, 보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방송 카메라들도 느린 장면을 보여줄 때 파울 당하는 모습뿐 아니라 포효하는 ‘하승진 세리머니’까지 담는다.
하승진 말고도 SK 김효범 방성윤 등이 3점슛을 넣었을 때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하지만 손가락으로 3을 표시하는 얌전한 수준이라 좀 싱겁다. 외국인선수 중에는 동부의 로드 벤슨이 인상적이다. 벤슨은 덩크슛을 성공하고 나면 카메라를 쳐다보며 거수경계를 한다.
과거 외국인선수 중에는 삼성 소속 존 스트릭랜드가 기억난다. 그는 덩크슛을 넣고 나면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동작으로 반대편 골대까지 뛰곤 했다. 특이하면서도 재미있는 세리머니였다.
필자는 지난 칼럼에서 인터뷰에 대해 말한 적이 있다. 겸손의 미덕도 좋지만 프로선수라면 적당한 자기 표현도 중요하다는 취지였다. 이번 시즌에는 인터뷰를 할 기회도, 세리머니를 보여 줄 기회도 많지 않다. 다음 시즌에는 자기만의 인터뷰와 세리머니를 준비해서 팬들과 만나면 어떨까.
전 서울 SKㆍ구리 금호생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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