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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용등급 내려가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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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신용등급 내려가는 미국

입력
2011.04.2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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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 하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미국이 국가부채 감축 방안을 못 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국이 국가채무 감축 방안을 못 내고 있는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첨예한 대립 때문이다. 민주당은 교육이나 의료 등 사회보장성 지출은 안 줄이고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올리자고 주장하는 반면, 공화당은 지출을 줄이고 세금은 올리지 말자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민주당 내 진보파의 반발을 무릅쓰고 증세는 조금만 하고 지출을 대폭 줄이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공화당은 세금은 한 푼도 올릴 수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커져가는 국가채무 감축 못해

이런 신용평가사와 미국 정치의 모습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무엇보다 지난 위기의 전말(顚末)에 비추어 씁쓸한 느낌을 금할 수 없다. 지난 위기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그 기원은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소득 분배 악화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소득 분배가 악화되는 데 대해 그 원인을 직접 치유하기보다 빈곤층의 '재산 형성'을 돕기 위해 자기 집을 갖게 하는 방식이 선택되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신용등급이 낮은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 주게 되었다. '빵이 없으면 케이크' 식으로 '소득이 없으면 대출'을 해 준 것이 바로 서브프라임대출인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진 것이 부동산 거품이다. 2000년 미국 증권시장의 거품이 터지면서 찾아온 불황이 팽창적 통화정책으로 2003년경에는 회복되었지만, 고용 회복은 생산에 비해 무척 더뎠다. 그럴 경우 고용이 회복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능력은 사회보장이 얼마나 잘 되어 있는가에 달려 있다. 미국은 유독 사회보장제도가 약했기 때문에 그런 능력도 약했다. 그 결과 팽창적 통화정책을 거두지 못하고 이것이 부동산 거품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런 조건 하에서 서브프라임대출은 다시 금융기관의 증권화와 파생상품화를 거치면서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금융회사의 건전성과 파생상품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이었지만, 1980년대 이후 강고하게 자리잡은 '규제 철폐' 방침 때문에 불가능했다.

여기에 신용평가사들도 큰 몫을 했다. 이들은 사전적으로 제대로 평가를 하지 못하고 사후적으로 '뒷북'을 치는 바람에 위기를 더 키웠다. 파생상품을 만드는 금융회사에 컨설팅을 해 주면서 신용평가도 했으니 거기에 도덕적 해이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

이런 위기의 전말을 생각하면 지금 신용평가사와 미국 정치의 모습을 보면서 씁쓸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위기에 책임이 있는 주체들이 아직 너무나 강력하기 때문이다.

1980년대 이후 확대되는 소득 불평등을 시정하는 데 유독 소극적이었던 것이 공화당이다. 현대 미국의 불평등은 무엇보다 교육 때문인데, 교육 기회 확대를 위한 재정 지출은 한사코 반대했다. 그리고 사회보장제도를 해체하려고 끊임없이 시도했다. 규제 철폐를 끈질기게 내세운 것도 공화당이다. 그런데도 그런 데 대한 반성은커녕, 지난 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을 장악한 후 기세가 등등하다.

힘없는 개도국에 피해 없기를

신용평가사는 어떤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 준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어찌된 일인지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 추궁도 받은 적이 없다. 앞으로의 규제 계획도 없다. 그래서인지 이번에도 재정적자를 둘러싼 갈등이 어제오늘 일이 아닌데 이제 갑자기 강등 경고를 해서 '뒷북치기'를 하고 있다. 그것이 혹시 '민간권력기구'로서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것은 아닌가.

전 세계 수십억의 사람들을 생존의 벼랑 끝으로 몰았던 당사자들이 다시 방방 뛰는 모습을 보면서 힘없는 개도국 사람이 갖는 것은 씁쓸한 느낌 이상일 수 없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그것이 조만간 새로운 위기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민 연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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