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수장의 논리를 신속하게 받든 것일까.'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이 "은행의 카드 장사에 문제가 있다"는 발언한 지 며칠 만에, 산업은행 산하 연구소가 "신용카드 대출 확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산은경제연구소는 24일 내놓은 '가계의 카드대출 결정 요인 분석과 시사점'자료에서 "카드 대출자의 취약한 상환능력이 가계부실 및 신용카드사 자산 건전성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카드업계의 수익구조에 급격한 변화가 오면서 카드사가 공격적으로 대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고 평가했다. 전용식 수석연구원은 "카드사 수익의 60%를 차지하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정부의 수수료 인하정책 영향으로 감소하게 될 전망"이라며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이 치솟고 있어 카드사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연구소는 또 "특히 저소득층이 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에 접근이 어려워 신용카드 대출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며 "체감경기 회복이 지연되면 카드대출에서 가계부실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카드사간 경쟁이 심화되어 저소득층 상대 대출이 급증하면, 카드대란의 반복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결론에 대해 강 회장이 18일 금융당국 수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밝힌 경고의 연장선상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강 회장은 "내 생각엔 카드론 자체가 고리대금업"이라며 "카드사들이 카드론 영업을 하니까 저축은행들이 설 자리를 잃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으며,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이 "1분기 카드시장 점유율이 오히려 하락했다"며 반박하는 등 예민한 신경전이 펼쳐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